100만 번 다시 태어난 고양이

사노 요코 글그림의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소개한다. 원제는 『100万回生きたねこ』이다. 제목을 처음 읽었을 때는 내용이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100만 번 산 고양이』앞 표지

표지의 얼룩 고양이는 마치 사람이 고양이 옷을 입은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워낙 유명해서 표지는 매우 익숙했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던 책이다. 어느 날 아이와 집 근처 공원에 갔는데 그 곳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무료로 책을 두 권씩 나눠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이미 디즈니의 니모 책을 한 권 골랐다. 그 때 『100만 번 산 고양이』가 내 눈에 확 들어왔고, 나는 이 책 가져가자! 라며 아이에게 쓱 내밀었다. 이미 한 권의 책으로 만족한 아들은 흥쾌히 좋다고 말해줬다. 그렇게 나는 『100만 번 산 고양이』와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제목 그대로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산 고양이의 이야기이다. 백만 명의 사람이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지만,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지독한 놈….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시작부터 고양이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한 때는 임금님의 고양이였고, 뱃사공의 고양이였고,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였다. 심지어는 도둑의 고양이였던 적도 있다. 고양이는 어떤 주인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게 100만 번을 다시 태어나고 죽었는데도 고양이는 자신의 삶에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일까? 자꾸만 누군가의 고양이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다가 길고양이가 되었다. 이제 아무의 고양이도 아닌 것이다. 고양이는 그런 삶이 너무 좋았다. 드디어 “나 다운” 삶을 찾은 것일까? 하지만 고양이가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도 그리 만족스러워보이지 않는다.

자신감 뿜뿜 넘치는 얼룩 고양이 앞에 어느 날 하얀 고양이가 나타난다. 여느 고양이라면 자기를 좋아해야 하는데 하얀 고양이는 그닥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위의 그림처럼 하얀 고양이 앞에서 재주를 부려도 보지만 하얀 고양이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자기한테 관심없는 상대에게 더 끌리는건 사람이나 고양이나 똑같구나.

얼룩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를 만나기 위해 100만 번을 다시 태어난 것일까? 하얀 고양이를 만나고 얼룩 고양이는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자신보다 좋아하는 존재가 생긴 것이다.

100만 번을 죽고도 한 번도 울지 않았던 얼룩 고양이가 100만 번 엉엉 우는 일이 생긴다. 너무 못생기게 그려진 우는 고양이의 얼굴에서 고양이의 감정이 느껴진다. 그림을 꼭 보길 바란다.

“그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위의 문장으로 그림책은 끝난다. 그림책 한 장의 정 중앙에 써 있는 딱 한줄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나는 얼룩 고양이가 이제 다시는 살아나지 않기에 슬픈 걸까? 아니면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인 걸까?

100만 번이나 산 고양이가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궁금하다면 꼭 책을 직접 읽어 보길 바란다.

그림책은 여러 번 읽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여러 번 읽고 싶어지는 그림책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책상 위에서 식빵을 굽고 있는 우리 고양이를 바라보며 궁금해진다.

‘나는 너의 몇 번 째 삶의 일부일까?’



작가 소개

일본의 작가,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1938년 중국의 베이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고,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불화, 병으로 일찍 죽은 오빠에 관한 추억은 작가의 삶과 창작에 평생에 걸쳐 짙게 영향을 끼쳤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백화점의 홍보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1967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일곱 장의 잎―미키 다쿠 동화집』으로 데뷔했다.

일본 그림책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비롯해 『아저씨 우산』, 『나의 모자』(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등 수많은 그림책과 창작집,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그림책으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일본 그림책상, 쇼가쿠간 아동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어렸을 적 병으로 죽은 오빠를 다룬 단편집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로 제1회 니미 난키치 아동문학상, 만년에 발표한 에세이집 『어쩌면 좋아』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수상했다.

2003년 일본 황실로부터 자수포장을 받았고, 2008년 장년에 걸친 그림책 작가 활동의 공로로 이와야사자나미 문예상을 받았다. 2004년 유방암에 걸렸으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고도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시즈코 씨』,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등 말년까지 에세이집을 왕성하게 발표했다. 2010년 11월 5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암으로 만 72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출처: yes24.com)


그림책 정보

『100만 번 산 고양이』
글그림 : 사노 요코
역 : 김난주
출판사 : 비룡소
발행 : 2002년
ISBN : 9788949110851
yes24 : http://www.yes24.com/Product/Goods/310786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3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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