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너무 커졌어요

한스 트락슬러 글그림의 『고양이가 너무 커졌어요』는 원본은 독일어이다. 도서관에서 일본어로 번역된 책을 읽고 소개하려한다. 한스 트락슬러는 수십 권의 어린이 책과 풍자만화책을 쓰고 그린 작가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에밀, 집에 가자!』가 유일하게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것 같다. 『고양이가 너무 커졌어요』도 번역되지 않았지만 내용이 재미있어서 소개할까 한다. 원제는 『Willi – Der Kater, der immer großer wurde』로 2014년에 출간되었다.

『고양이가 너무 커졌어요』앞 표지

도서관에서 이 책의 표지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고양이가 너무 커졌어요』라는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고양이가 엄청 커보였지만, 침대에 누워있는 아저씨 아줌마는 또 유독 작아보였다.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표지였다.


로마이어 부부는 아주 큰 집에 산다. 하나 뿐인 아들은 먼 곳으로 떠나서 그 곳에서 결혼해서 살고 있다. 그림책의 첫 페이지에서는 정상적인 사이즈로 보였던 로마이어 부부가 아래의 그림에서는 점점 작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로마이어 부부의 집은 그렇게 크지 않다. 둘 다 너무 외로워서 집이 너무 크게 느껴졌던 것이다.


아저씨는 작은 고양이를 키우자고 제안하고 농가에 가서 아기 고양이를 데려오기로 한다. 그 곳에는 너무 작아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아기 고양이가 있었다. 엄마에게까지 버림받다니… ㅠ 지금 당장 데려가지 않으면 오늘 밤 여우에게 잡아먹힌다는 말에 로마이어 부부는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작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 ‘월리’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웃이나 친구들이 찾아와서 윌리를 귀여워해준다.

그런데 윌리는 점점 컸고 더이상 작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아니었다.

모두들 “뭐야, 그냥 보통 고양이잖아.” 라며 더이상 아무도 로마이어 부부의 고양이를 보러 오지 않았다. 나는 이 장면에서 씁쓸해졌다. 처음에는 작고 예뻐서 고양이를 키우다가 성묘가 되니 말썽을 피운다고, 더럽다고, 우당탕 시끄럽다고… 온갖 말도 안되는 이유로 파양을 하거나 버리는 일들이 허다한 현실이 생각나서… 하지만 로마이어 부부는 여전히 고양이를 사랑했다. 그래도 윌리가 언제까지 클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윌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점점 커졌고 이제는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로 커졌다. 너무 커져버린 고양이가 위험하고 생각한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찾아와서 고양이를 동물원에 가둬야한다고 말한다. 로마이어 부부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다음에는 대학 교수들이 와서 고양이를 검사하고 이 생물은 거대한 수컷 고양이라고 발표한다. (참 많은 것을 알아냈군……) 자꾸만 커지는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다른 고양이들에게 옮기기라도 하면 큰일이라고. 당장 사자 우리에 넣어서 관찰을 해야한다고 말하다.

그래도 이웃 사람들은 로마이어 부부와 고양이의 편이었다. 고양이를 사자 우리에 가두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시위를 해줬다.

결국 경찰이 로마이어 부부를 찾아와 고양이를 집 밖으로 안 내보낸다는 약속만 한다면 함께 살아도 된다고 한다. 고양이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로마이어 부부도 밖으로 안 나가겠다고 한다.


집 안에 갇혀버린 고양이를 위해 로마이어 부부는 최선을 다해서 놀아준다. 로마이어 부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고양이도 즐거운 척을 한다. 하지만 사실은 고양이는 그냥 혼자서 창 밖을 쳐다보고 있고 싶다. 고양이가 인간 생각을 해주다니!!!! 난 이 고양이가 대단해 보였다. ㅎ

어느 날부터 마당에 빨간 암컷 고양이가 놀러오기 시작했다. 윌리는 빨간 암컷 고양이가 노는 모습을 몇시간이고 보고 있다. 그러다가 빨간 암컷 고양이는 고양이가 보고 있는 창문턱까지 올라왔다. 윌리는 너무 기뻤다.


그 때부터 급 속도로 윌리의 몸집이 작아지기 시작한다. 수의사에게 데려갔더니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밖으로 나가려면 고양이 문을 통과하는 방법밖에 없어서 작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자신의 의지로 작아지고 있다고?? 정말 대단한 고양이이다. 어느새 집 문에 달린 작은 고양이 문을 들락날락 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진다.

다른 고양이처럼 작아진 윌리는 이제 바깥으로 나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다. 물론 그 전부터 밖으로 들락날락 거린 건 비밀.ㅎ

윌리는 나무 위로 뛰어다니며 자유를 온전히 만끽한다. 빨간 암컷 고양이와 함께. 아래 장면의 나무는 작가의 마당에 실제로 있는 나무를 그렸다고 한다.


이 그림책에는 많은 메시지가 숨어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풍자만화책을 많이 그렸다는 작가는 이 책에서도 풍자를 하는 것 같다. 내가 대충 눈치챈 것은 이렇다. 더이상 아기 고양이가 아니라고 예뻐하는 않는 사람들, 위험하다고 추측하고 동물원에 가두려는 권력자들, 실컷 조사하고 수컷 고양이라는 것을 알아낸 교수들… 에 대해 작가는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의 모델이 된 고양이는 작가의 실제 고양이이다. 물론 윌리처럼 거대해지지는 않았지만…ㅎ 농가에서 태어난 6마리의 새끼 고양이 중에 한마리만 아무도 데려가지 않았다. 빨리 데려가지 않으면 개가 잡아 먹을 거라는 농부 아저씨의 말에 당장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개’가 잡아 먹는다고 하면 너무 잔인하니 그림책 속에서는 ‘여우’로 바꿨다고 한다.

아기 고양이는 정말 빠른 속도로 쑥쑥 큰다. 그러다가 작가는 이런 상상을 한다. 이대로 계속 쑥쑥 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런 상상으로 이 그림책이 탄생한다. 작가는 말도 안되는 상상이라고 하기에는 호랑이도 처음에는 아기 고양이만하다가 하마만큼 커진다고 이야기한다. 엉뚱하고 재밌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작가 덕분에 나는 오늘도 유쾌한 고양이 그림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그림책을 읽다보니 다른 그림책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로마이어 부부가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는 것에서는 완다 가그의 『백만마리 고양이』 가 생각났고, 윌리가 빨간 고양이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 가 생각났다.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작가 소개

1929년 체코에서 태어났고, 1951년부터 프랑크푸르트에서 회화와 석판화를 공부했다. <차이퉁>과 같이 유명한 잡지와 신문에 만평을 그렸고, 수십 권의 어린이 책과 풍자만화책을 쓰고 그렸다. 그의 작품들은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그 중에서 1963년에 집필하고 1987년에 테스 클란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헨젤과 그레텔의 진실>은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다. 2006년에는 가장 뛰어난 풍자문학가에게 수여하는 ‘괴팅어 엘히’ 상을 수상하였다. (출처: 알라딘)


그림책 정보

『고양이가 너무 커졌어요』
글그림 : 한스 트락슬러 (Hans Traxler)
출판사 : Hanser, Carl GmbH + Co.
발행 : 2014년
ISBN : 9783446246539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3380813 (독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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