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작은 새』 유모토 카즈미 글 | 사카이 고마코 그림

유모토 카즈미 글 사카이 고마코 그림의 『곰과 작은 새』를 소개한다. 소중한 존재와 ‘이별’을 경험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그림책이다.

『곰과 작은 새』앞 표지

원제는 『곰과 들고양이』로 되어있지만 한글 번역본 제목은 『곰과 작은 새』로 ‘새’를 강조했다. 표지에는 들고양이는 안 나오고 새가 나오기는 하지만 왜 굳이 들고양이를 새로 바꿨을까 궁금하다.

그림책의 그림들은 흑백이다. 그런데 위 사진의 면지처럼 예쁜 분홍색이 가끔씩 등장한다. 흑백의 그림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분홍색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작은 새가 죽은 모습을 바라보며 울고 있는 곰의 모습으로 그림책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작은 새는 곰과 매일 매일을 함께 보내던 소중한 단짝 친구이다. 『곰과 작은 새』를 처음 읽었을 때, 첫 장면부터 왜이리 우울한거야… 라고 생각했다.

곰은 작은 새를 위해 예쁜 꽃잎으로 가득 채운 상자를 만든다. 나는 동물들의 작은 움직임이나 표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사카이 고마코의 그림들을 좋아한다. 예쁜 상자 속에 누워 있는 작은 새는 정말로 숨을 거둔 모습으로 보인다.

다른 동물 친구들은 모두들 작은 새는 이제 돌아오지 않으니 그만 잊어버리라고 한다. 현실적인 말이긴 하지만 친구를 잃고 슬퍼하는 곰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말들이다. 곰의 마음을 공감해 주는 친구는 아무도 없다.

그러던 어느날 곰은 들고양이를 만나다. 들고양이는 곰에게 ‘너는 작은 새와 정말 친했구나. 작은 새가 죽어서 정말 외로웠구나.’ 라고 말한다. 곰에게 그렇게 말해주는 친구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곰은 그제서야 작은 새와의 추억들을 마음껏 떠올린다.

흑백의 그림들 속에 분홍색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곰이 작은 새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작은 새 주위에는 분홍빛이 돈다. 곰에게는 작은 새와의 추억이 너무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이기에 분홍색으로 표현한 걸까?

그렇게 마음껏 작은 새와의 추억을 떠올린 후, 곰은 들고양이와 함께 작은 새를 묻어주기로 한다. 비록 작은 새는 죽었지만 곰과 작은 새는 영원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작은 새를 묻어준 곳에 장식한 꽃들도 분홍색이다. 이 책에서 분홍색이 가장 많이 쓰인 장면이다. 글이 전혀 없는 이 장면에서 오랫동안 눈을 뗄 수 없다.

산고양이의 탬버린에도 분홍 리본이 걸려있다. 산고양이의 탬버린은 누군가가 사용했던 흔적이 있다. 어쩌면 분홍 리본은 산고양이에게 작은 새와 같은 존재와의 아름다운 추억인지도 모르겠다. 곰은 그 존재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묻지 않는다. 대신 ‘내가 탬버린을 연습할게.’ 라고 말한다. 탬버린의 분홍 리본은 이제는 곰과 들고양이가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된 걸 의미하는 것일까?

소중한 존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곰이 작은 새의 죽음에 슬퍼하고 추억을 떠올리면서 극복해 가는 과정에 들고양이의 역할이 크다. 어쩌면 들고양이도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린 경험을 했기 때문에서 곰의 마음을 공감해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의 그림책이지만 슬픔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곰과 작은 새의 우정, 또 곰과 들고양이의 새로운 우정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다. 흑백이지만 그림이 너무 예뻐서 어른들도 힐링이 되는 그림책으로 추천한다. 나에게도 작은 새, 들고양이와 같은 존재가 있을까?


작가 소개

<유모토 카즈미>

도쿄음악대학 작곡과 졸업. 대학 은사의 권유로 오페라 대본을 쓰기 시작하여, 그 후 라디오와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였다. 소설 데뷔작인 『여름이 준 선물』로 일본 아동문학자협회 신인상, 아동문예 신인상을 수상했다. 영화와 연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한 이 책은 세계 1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미국에서는 배첼더 상,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상을 수상했다. 다른 작품으로는 『포플러의 가을』 『봄의 오르간』 『여우의 스케이트』등이 있다.


<사카이 고마코>

1966년에 태어나 도쿄 예술대학 미술학부를 졸업했다. 텍스타일 디자인을 손수 다루는 작가로, 많은 작품에서 텍스타일적인 질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양한 그림책을 직접 쓰고 그렸으며, 밝고 따스한 그림과 사랑스러운 아이 캐릭터로 주목 받고 있다. 『아기여우 리에의 소원』으로 제9회 일본 그림책상을, 『곰과 작은 새』로 제40회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받았다. 『금요일의 사토』로 2005년 브라티슬라바 세계그림책 원화전 금패를 받았으며,『나는 엄마가 좋아』로 프랑스 PITCHOU상과 네덜란드 ‘은 석필상’을 『눈이 그치면』으로 네덜란드 ‘은 석필상’을 받았다. 아이들만의 미묘한 정서를 섬세하게 건져 올린 작품으로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이다. (출처 yes24.com)


그림책 정보

글 : 유모토 카즈미
그림 : 사카이 고마코
역 : 고향옥
출판사 : 웅진주니어
발행 : 2009년
ISBN : 9788901094113
yes24 : http://www.yes24.com/Product/Goods/3392995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93151

Please follow and like us:

2 thoughts on “『곰과 작은 새』 유모토 카즈미 글 | 사카이 고마코 그림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