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작은 존재들

시드니 스미스가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그린 작가라는 것도 모르고, 이 책이 고양이에 관한 책인지도 모르고 책을 펼쳤다. 그래서인가, 준비도 없던 내 마음을 훅 치고 들어와 엄청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시드니 스미스는 처음으로 쓰고 그린 『괜찮을 거야』로 2020년에 에즈라잭키츠상을 수상, 2021년에는 다시 한번 케이트그린어웨이상을 수상했다. 원제는 『Small in the City』다.

『괜찮을 거야』앞 표지

겨울의 어느 날, 한 어린 아이가 버스를 타고 큰 도시로 나가 이곳저곳을 걸어 다닌다. 그림책의 글은 누군가의 독백이다. 처음에는 주인공 아이의 독백이라고 생각했는데,

숨기 좋은 나무를 가르쳐주고,
여름 향기가 나는 통풍구의 따뜻한 바람 밑에서 낮잠을 자라고 하고,
마음씨 좋은 생선 가게 아저씨에게 부탁하면 생선을 줄거라고 하고,
교회의 창턱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 된다고 하고…

응? 누구한테 말하는 거지? 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 갑자기 고양이의 존재를 알리는 그림이 등장한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헉… 고양이를 잃어버렸구나… 그럼 고양이가 아이에게 해주는 말인걸까? 하고 고양이의 입장으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읽었다.

그런데 공원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벤치가 있는데 거기에는 내 친구가 있다고, 만나면 인사하라고. 그 친구의 무릎 위에 앉으면 널 쓰다듬어 줄 거라고… 라는 장면에서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고양이가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다.

몇 번을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다. 주인공 아이가 잃어버린 고양이에게 전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그렇게 말하는 이와 대상이 확실해진 후 다시 처음부터 읽으니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겨울 날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고양이를 향해 아이가 전하는 따뜻한 말들. 그래서 나무 였구나… 그래서 생선가게 였구나… 그래서 통풍구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을 알려줬구나… 그래서 창턱을 알려줬구나… ㅠ

큰 도시에서 아이는 한없이 작아보인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작은 존재를 걱정하고 위로한다. 처음에는 눈이 오지 않다가 조금씩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서는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마지막에는 포근해 보이는 눈으로 변한다. 아이의 심정이 눈으로도 표현된 것일까?

나도 잠시였지만 우리 집 고양이를 잃어버린 줄 알고 동네를 미친듯이 뛰어다녔던 기억이 훅 살아났다.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뛰고, 머리가 하얗게 되서 모든 생각이 정지되었던 그 때의 기억… 그 때는 밝은 대낮에 날씨도 좋았는데. 이런 추운 겨울의 복잡한 도시에서 나의 고양이가 추위에 떨면서 무서워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상상하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나는 알아. 너는 괜찮을 거야.”

라고 말하는 아이의 심정은 고양이가 괜찮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겠지?

이 그림책의 마지막은 독자 각자의 결말로 생각할 수 있는 그림으로 되어있다. 고양이는 집으로 돌아온걸까? 나는 그냥 고양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당신에게는 어떤 결말일지 궁금하다.

『괜찮을 거야』는

“실라 배리와 함께하던 순간을 기억하며”

라는 메시지로 시작한다.

다시 돌아가서 보니 꽃이 꽂혀있는 컵의 그림자가 고양이 뒷모습이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ㅠ


작가 소개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노바스코샤 예술 대학(NSCAD University)에서 드로잉과 판화를 공부했습니다. 대학에 다니면서 그림책 작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여전히 고향에 살면서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괜찮을 거야》를 쓰고 그렸으며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바닷가 탄광 마을》, 《거리에 핀 꽃》을 비롯한 수많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거리에 핀 꽃》은 처음으로 작가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그림책으로 2015년 캐나다 총독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같은 해 뉴욕타임스와 퍼블리셔스위클리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바닷가 탄광 마을》로 보스톤글로브혼북상을, 2018년에는 같은 책으로 케이트그린어웨이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2020년에는 처음으로 쓰고 그린 책 《괜찮을 거야》로 에즈라잭키츠상을 수상하였고, 2021년에는 같은 책으로 다시 한번 케이트그린어웨이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캐나다 시인 조던 스콧과 함께 작업한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도 2021년 다시 한번 작가에게 보스톤글로브혼북상을 안겨 주었습니다. (출처: yes24.com)


그림책 정보

『괜찮을 거야』
글그림 : 시드니 스미스
역 : 김지은
출판사 : 책읽는곰
발행 : 2020년
ISBN : 9791158361617
yes24 : http://www.yes24.com/Product/Goods/86017817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2693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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