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본그림책] 집고양이로 길들여지기까지

무슨 사연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이미 어른인 길고양이가 입양되어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직 한글 번역본이 없는 다카하시 가즈에 글그림의 『うちのねこ(우리 집 고양이)』를 소개한다.

번역가를 꿈꾸며 번역 연습을 하고 있는 나는 서점의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사야만 했다. 표지의 짠해 보이는 고양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길고양이가 집에 온 후로 집고양이로 길들여지기까지의 이야기이다.

『うちのねこ(우리 집 고양이)』표지

고양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당황해서 소파 밑으로 숨어버렸다. “이리와 이리와” 불렀지만 어둠 속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작게 떨고 있을 뿐.


늘 거리를 두고 나를 감시하는 고양이.

그러다가 갑자기 달려들어서 물고 할퀴고, 당황해서 도망가고.

고양이의 감정이 물감의 번짐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 같다. 고양이가 놀라거나 화난 장면에서는 물감이 유난히 번져서 실제 고양이가 무섭거나 화가 났을 때 털이 서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그림이다.


고양이가 조금 안정된 상태일 때는 물감의 번짐도 적다. 색의 농도로도 고양이의 감정을 표현한 듯 보인다. 화나거나 무서워서 흥분 상태일 때는 검은 색이 유난히 짙은데, 편안해 보일 때는 고양이의 털 색이 부드러워지면서 회색을 띈다.

이젠 좀 친해졌으려나? (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만져도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만져보려하지만… 결과는 어떨지 예상이 가는가? ㅎ


봄부터 시작된 고양이와의 생활이 여름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는데도 둘 사이는 좀처럼 좁혀지질 않는다. 아깽이(아기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 특히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길생활을 오래한 고양이와 친해지기란 쉽지 않다.

어느 특히 추웠던 밤. 갑자기 고양이가 내가 자고 있는 방에 왔다.

베개 옆에서 가만히 나를 들여다 보길래, 나도 가만히 쳐다봤다. 고양이의 눈동자가 번쩍 빛나며, 갑자기 달려들었고, 집사의 얼굴에는 상처가… 아프고 슬퍼서 눈물이 났다. 고양이랑 그동안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가 싫은 걸까.
사실은 우리 집에서 살고 싶지 않은 걸까.
사실은 계속 밖에서
길고양이로 지내고 싶었던 걸까.


드디어 고양이가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날이 찾아온다. 집사에게 기대서 냥모나이트(고양이가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모습)의 자세로 자고 있는 고양이의 털 색은 가장 연한 회색으로 표현되어 한없이 부드러워 보인다. 그만큼 고양이도 편안하다는 거겠지? 집사라면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 공감할 것이다. 특히 처음으로 내 품을 파고드는 순간은 발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고,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우리집 고양이들도 겨울만 되면 이불 속을 파고 든다. 하지만 여름에는 코빼기도 안 보인다.;;;


작가의 고양이도 원래는 길고양이였다고 한다. 책의 내용처럼 처음에는 전혀 친해질 가능성이 없어 보였지만 지금은 무릎냥으로 골골송을 부를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자기(고양이)가 사람과 이토록 친하게 함께 살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라며 인생(묘생)은 신기한 것이라고 하는 다카하시 가즈에 작가.

나도 마찬가지다. 동물을 무서워했던 내가 우리 집 고양이 두마리와 묘연이 되어 이렇게 집사 생활을 하고 있으니 인생(묘생)은 정말 신기한 것 같다. 우리 집 두 고양이 중에 한 고양이는 나와 동거한지 5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늘 경계가 많고 놀라는 예민이다. 그래서 잘 안아본 적도 없지만, 또 무심하게 있을 때는 곁에서 얼쩡거리면서 애교를 부리는 매력냥이다. 그런 반면 또 한 고양이는 개냥이과다. 인연이 그렇듯 묘연도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길고양이든 집고양이든 세상 모든 고양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책이 내 이름으로 번역된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언젠가 번역이 된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작가 소개

1971년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났습니다. 동경학예대학 교육학부 미술과를 졸업하였습니다. 문구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현재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품으로 『다람쥐 전화』, 『졸려 졸려 크리스마스』, 『곰의 새해맞이』, 『내 친구 후모후모』, 『불꽃놀이와 유리구슬』 등이 있습니다. (출처: yes24.com)


그림책 정보

『うちのねこ(우리 집 고양이)』
글그림 : 타카하시 카즈에
출판사 : アリス館
발행 : 2021년
ISBN : 9784752009825

Please follow and like us:

1 thought on “[신간 일본그림책] 집고양이로 길들여지기까지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