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이 책을 좋아한다고?

소피 블랙올의 <Negative Cat>, 번역본 제목은 <시큰둥이 고양이>는 표지부터 고양이 덕후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풍선처럼 빵빵한 고양이의 뒷태… 제목과 뒤돌아 있는 모습으로 유추해보면 살갑게 구는 고양이는 아닌듯 하다.ㅎㅎㅎ 처음에 내용을 모르고 봤을 때와 알고 봤을 때가 표지의 고양이 뒷모습이 다르게 느껴졌다. 이 고양이는 왜 시큰둥이 고양이인걸까?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아이가 등장한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말한지 벌써 427일 째이다. 일년이 넘었네?! 이 정도 정성이면 정말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게 분명하다. 아이의 일상은 고양이를 원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눈사람을 만들어도 고양이 눈사람이다.

그렇게 원하고 원하던 고양이를 키워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다. 그리고 아이와 엄마가 향한 곳은 동물보호소이다. 아이가 위의 그림에서 그린 고양이와 똑같이 생긴 고양이를 만나서 키우게 된다. 하지만 이 고양이는 영 고양이스럽지 않다. 장난감을 줘봐도 간지럽혀봐도 아이가 좋아하는 농담을 다 말해줘도 시큰둥하다. 다른 친구들의 고양이는 어깨에도 올라가고, 막대기를 던지면 물어오기도 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이 있는 고양이도 있다. (그러고보니 우리 고양이들도 전용 인스타그램이 있군.ㅎ) 하지만 아이의 고양이는 귀여운 행동은 하나도 안 하면서 사고만 치고 다녀 마침내 화가 난 가족들이 동물보호소에 연락을 해서 고양이를 다시 데리로 오는 사태까지… 아이의 고양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 그림책에서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낯익은 고양이 그림책들이 등장한다. 순간 이 그림책이 소피 블랙올 그림책인가? 하고 찾아봤다. 자기 그림책도 아닌데 표지 그림도 똑같고 제목까지 선명하게 그린 것이 신기했다. 이런 깨알 발견은 고양이 그림책 덕후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귀엽다고 데리고 온 고양이가 내 예상과는 다르거나 사고를 친다고 다시 파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마치 사온 옷이 사이즈가 안 맞는다고 반품하는 것처럼 생명을 반품한다. 하지만 이 그림책 주인공 아이는 자신의 고양이가 파양되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아이는 성공한다!)

소피 블랙올의 <시큰둥이 고양이>를 읽고 얼마전에 읽은 박현숙 글, 엄정원 그림의 <수요일을 싫어하는 고양이>가 생각났다. 한국 작가님이 반려 동물 문화 선진국 독일의 민간 동물보호소 ‘티어하임’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책이다. 독일에서는 키우던 동물을 버리는 경우가 없다는 글에 놀랐다. 키울 형편이 안 되면 티어하임 같은 유기 동물 보호소에 동물을 맡길 수 있는데, 그 곳에서 입양을 보내거나 죽을 때까지 돌봐준다는 것이다. 버려지는 동물이 너무 많아서 안락사를 당하는 한국의 사정과는 너무 달라서 부러웠다.

<수요일을 싫어하는 고양이>의 표지에 나오는 고양이도 <시큰둥이 고양이>의 표지처럼 고양이가 등을 돌리고 있다. 동물 보호소에 있는 고양이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버려진 경험을 한 고양이들이다. 두 권의 책의 표지 고양이가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에서 상처받고 닫혀버린 마음이 느껴져서 짠했다.

두 그림책에서 아이들이 동물 보호소에서 지내는 고양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게 나온다. 독일과 미국, 다른 나라의 이야기인데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고양이들이 정말 책을 좋아한다고?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책을 읽어줄 때는 책 그 자체보다는 엄마와 교감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동물 보호소를 찾는 아이들이 버려지거나 가족들과 떨어져서 상처받은 고양이들에게 눈을 맞추고 책을 읽어줌으로써 고양이는 다시 한 번 사람과 교감하고 온전히 자기에게 향하는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그 시간이 고양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권의 그림책은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