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 글그림의 『나와 너』는 영국의 대표적인 옛이야기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를 현대적 시각으로 그린 그림책이다. 원제는 『Me and You』이다.

어느날 금발머리의 소녀가 아무도 없는 곰 세 마리의 집에 나타나 아기 곰의 죽을 먹고, 의자를 망가뜨리고, 침대에서 잠드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리라 생각한다.

앤서니 브라운의 ’나와 너’에서도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 가족이 등장하고 이야기의 진행은 비슷하지만 사뭇 다른 느낌이다.

첫 페이지에는 그림책의 타이틀과 함께 아기곰과 소녀의 그림이 나온다. 파스텔 톤 색으로 그려진 아기곰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위로 향하고 있고, 무채색 톤으로 그려진 소녀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아기곰과 소녀는 반대 쪽을 향하고 있다.

그림책은 왼쪽 페이지에는 금발머리 소녀, 오른쪽 페이지에는 곰 세마리 가족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도시의 빈민가에 살고 있는 금발머리 소녀가 등장하는 페이지는 온통 잿빛이다. 검은 후드티의 모자까지 쓰고 있어서 처음에는 금발머리 소녀인지도 잘 알 수가 없다. 반면에 도시에서 집 앞에 넓은 잔디밭까지 있는 노란 2층 집에 사는 곰 세 마리 가족은 파스텔 톤의 좋아보이는 옷을 입고 산책을 나가서도 자동차와 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유층으로 묘사되어 있다.

길을 헤매다 우연히 금발머리 소녀가 곰 세 마리 가족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그 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스토리와 비슷하다.

금발머리 소녀는 아기 곰의 침대에서 잠이 든다. 어쩌면 금발머리 소녀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포근함인지도 모른다.

자기들 집에 누가 침입한 사실을 알고 위층에 가보자고 하면서, 아빠 곰이 엄마 곰에게 먼저 가보라고 하는 장면에서 앤서니 브라운의 유머가 느껴진다. 덩치가 제일 큰 아빠 곰도 도시의 침입자 앞에서는 겁이 나나보다. 그렇다고 엄마를…

침대에서 잠을 자던 금발 머리 소녀는 곰들이 들어와서 깜짝 놀라 뛰쳐 나간다. 우리가 아는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 이야기에서도 마지막에 금발머리 소녀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러고보니 갑자기 곰 세마리 가족의 집에 나타난 금발머리 소녀가 누구인지, 또 뛰쳐나가서 어디로 갔는지는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앤서니 브라운의 ’나와 너’의 엔딩은 조금 다르다. 아기 곰은 창밖을 보며 말한다.

“금발머리 소녀가 나는 궁금했어요.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

책의 첫 페이지에서 앤서니 브라운은 ‘이 세상의 모든 외로운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아기 곰이 금발머리 소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호기심을 갖고 관심을 가지듯 ’나’ 아닌 ’너’ 에게 관심을 가질 때 우리 사회는 좀 더 따뜻해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금발머리 소녀와 곰 세 마리’의 이야기에 친숙한 아이들과 함께 이 그림책을 통해, ‘나’ 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 소개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표현 속에 담은 깊은 주제 의식과 세밀하면서도 이색적인 그림으로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이다. 1976년 『거울 속으로』를 발표하면서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고릴라』와 『동물원』으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두 번 수상하고, 2000년에는 전 세계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으며 그의 작품성을 세계에 알리게 되었다. 2009년에는 영국도서관협회와 북트러스트에서 주관하는 영국 계간 아동문학가로 선정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돼지책』,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형』, 『나의 프리다』, 『넌 나의 우주야』,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 등이 있다. 『기분을 말해 봐!』는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출처 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