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권정생 글 | 정승각 그림 <25주년 특별판>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의 『강아지똥』을 소개한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1위​130만부 판매, 우리 그림책 역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이기에 소개라는 말이 안 맞을지도. 사실 나는 『강아지똥』을 최근에 접했고, 나만 모르던 책인 것 같아 부끄럽다. 마침 올 해가 『강아지똥』 그림책이 출간된 지 25주년이라 25주년 특별판이 나왔고, 나의 첫 『강아지똥』인 25주년 특별판으로 소개할까 한다.

『강아지똥』25주년 특별판 앞 표지

1996년에 출간된 『강아지똥』의 표지에는 골목길 담 밑 구석 쪽에서 똥을 누고 있는 강아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25주년 특별판은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면을 표지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나만 이 장면을 가장 좋아했던 것이 아니었구나. ​

25주년 특별판은 책의 제질에도 특별한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 권정생 작가가 생전에 강조하던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담아 친환경 재생지인 말똥 종이에 콩기름 잉크를 사용하여 인쇄하고 인공 코팅을 하지 않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

종이가 매트하면서 꺼칠꺼칠한 한지의 느낌도 나서 그림책의 내용과도 더 잘 어울리는 인상이다. 종이의 제질이 달라서 그런거지, 분홍, 파랑, 자주 등, 여러가지 색이 등장하는데 원래의 책보다 25주년 특별판이 색이 더 예쁜 느낌이다.

『강아지 똥』 앞뒤 표지
『강아지 똥』 면지


그림책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강아지똥과 민들레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사실 그림책의 내용에서는 나오지 않는 장면이다. 꽃이 핀 민들레와 강아지똥은 위의 그림과는 다른 모습으로 함께하기 때문이다.


『강아지똥』의 원문은 권정생 작가의 동화이다. 『강아지똥』은 1969년 <월간 기독교 교육>에서 선정하는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권정생 작가가 돌담 밑에 있던 강아지똥을 본 것이 『강아지똥』을 쓰게된 계기다. 권정생 작가는 강아지똥이 비를 맞아 흐물흐물 녹아내리며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보았고, 며칠이 지나, 강아지똥이 스며 녹아내린 바로 그 자리에 민들레꽃이 피었다. 권정생 작가는 순간 ‘강아지똥처럼 보잘것없는 것도, 남들에게 천대만 받는 저런 것도, 자신의 온몸을 녹여 한 생명을 피워내는구나!’라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작가는 며칠 밤을 새워 강아지똥 이야기를 썼다. (내용 출처: 길벗어린이)

그 후, 그림작가 정승각은 『강아지똥』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고 『강아지똥』에 담긴 소중한 의미를 그림책으로 표현해 보기로 했고, 권정생 작가는 그림책에 맞게 글을 다듬었다. 권정생 작가의 동화 『강아지똥』은 기독교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인 만큼, 기독교적 메세지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그림책으로 다시 탄생하면서 기독교적인 내용들은 많이 생략되었다. 예를 들어 흙덩이가 강아지똥에게 말하는 “하느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라는 내용은 그림책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강아지똥』하면 이 장면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1996년 발간된 책의 표지이기도 한 장면이다. 담 밑 구석에서 강아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똥을 누고 있다. 어쩜… 정말 냄새가 날 것만 같은 장면이다.

그림작가 정승각은 작가가 처음 강아지똥을 보았던 돌담을 수차례 찾아가서 영감을 떠올렸고, 강아지가 똥 누는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강아지 뒤를 4개월 동안 졸졸 따라다니기도 했다. 그 후 강아지똥의 모형을 찰흙으로 본뜨고 밑그림을 그리는데 2개월, 다시 오랜 시간 바라보며 마침내 강아지똥이 작가의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고 나서야 붓을 잡아 그림을 그렸다. 또 비 맞는 강아지똥을 그리기 위해서 직접 비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작가는 마음을 다해 ‘강아지똥’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풀어냈다. (내용 출처: 길벗어린이)

표현을 위해 그림작가가 이토록 많은 노력을 하는구나… 강아지의 똥 누는 자세와 똥이 유난히 사실적으로 보이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나의 최애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강아지똥이 민들레를 꼭 껴안는 위의 장면이다. 권정생 작가의 글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정승각 그림작가가 너무나 딱 맞게 아름답게 표현했다. 비 때문에 녹은 강아지똥은 색색의 아름다운 조각으로 땅 속으로 스며든다.

“난 더러운 똥인데.” “아무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

라며 존재의 가치를 느끼지 못해 쓸쓸해했던 강아지똥은 이 순간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림작가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빗물이 마치 강아지똥이 기뻐서 흘리는 눈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동안 나만 몰랐던 『강아지똥』의 내용을 구지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강아지똥』은 그림책의 영원한 고전답게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층에게 감동을 전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도 살다보면 내 존재가 하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권정생 작가가 『강아지똥』을 통해 전해주는 메세지와 정승각 작가의 따뜻한 그림들로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작가 소개

<권정생>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광복 직후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경북 안동 일직면에서 마을 교회 종지기로 일했고, 빌뱅이 언덕 작은 흙집에 살면서 『몽실 언니』를 썼다. 가난 때문에 얻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인세를 어린이들에게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200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굴곡 많은 역사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보듬는 진솔한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똥」으로 기독교아동문학상을 받았고, 1973년 「무명 저고리와 엄마」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사과나무 밭 달님』, 『바닷가 아이들』, 『점득이네』, 『하느님의 눈물』, 『밥데기 죽데기』,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몽실 언니』, 『먹구렁이 기차』, 『깜둥 바가지 아줌마』 등 많은 어린이책과, 소설 『한티재 하늘』,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등을 펴냈다.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홈페이지(http://www.kcfc.or.kr)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정승각>

1961년 충청북도 덕동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어린이들에게 우리 것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린 작품으로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 『오소리네 집 꽃밭』, 『황소아저씨』등이 있다.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강아지똥』은 세상 사람들이 더럽다고 피해가고 천대받는 강아지똥이지만, 버림받은 존재일지라도 그 나름대로 쓸모 있고 가치가 있다는 생명 존중의 생각을 갖게 한다. 이 작품은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이자 YWCA 추천도서이며 일본을 비롯, 대만 중국,스위스, 폴란드에 저작권을 수출한 바 있다. (출처: yes24.com)


그림책 정보

글 : 권정생
그림 : 정승각
출판사 : 길벗어린이
발행 : 1996년, 2021년 (25주년 특별판)
ISBN :
9788986621136
9788955826050 (25주년 특별판)
yes24 :
http://www.yes24.com/Product/Goods/15320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1508515 (25주년 특별판)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855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8181345 (25주년 특별판)

Please follow and like us:

1 thought on “『강아지똥』 권정생 글 | 정승각 그림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