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글, 김환영 그림의 『강냉이』를 소개한다. 한국북큐레이터협회에서 주최하는 그림책 큐레이션 과정을 같이 들은 선생님들과 한 달에 두 번 함께하는 동아리 활동에서 작가 탐구로 권정생 작가의 그림책들을 함께 읽고 있다. 내가 일본에 거주하는 관계로 한국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근처 도서관에서 일본어로 번역된 권정생 작가의 책들을 몇 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강냉이』도 그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내가 읽은 책은 일본어 번역본으로 한국어로 되어 있는 책이랑은 글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 우선 원본은 사투리로 표현이 되어 있지만 일본어에서는 사투리를 느낄 수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강냉이』는 어린이들이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중일 세 나라의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함께 만드는 ‘평화그림책’ 시리즈 중 하나이다.
마치 진흙으로 그린 것 같은 표지의 느낌이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아마도 동아리 모임에서 함께 읽는 책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책을 스스로 손에 들었을 것 같지는 않다.
책에서는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는 않지만 『강냉이』는 6.25 전쟁 당시의 이야기이다. 이 그림책의 글은 권정생 작가가 초등학생 때 쓴 시다. 작가는 실제로 열세 살 초등학생 때 전쟁을 맞고 피난을 떠났으니, 이 시는 직접 겪은 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것이다.
이 그림책에 대해 아무 배경 지식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림책의 배경을 이미 알고, 서평 등을 읽은 후에는 이미 책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 버려서 나는 되도록이면 그림책은 아무 배경 지식 없이 읽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서평이 너무 좋아서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많지만 말이다. 그림책은 여러 번 읽어보는 책이다. 처음에 읽었을 때와 또 작가에 대해서 알고, 또 그림책의 배경을 알고 다시 읽었을 때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린 형제가 옥수수 씨앗을 심고 정성스럽게 키우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다. 별이 빛나는 아름다운 여름 밤이다. 나는 위의 장면에서 「고흐의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 생각났다. 『강냉이』의 김환영 작가의 그림들이 전체적으로 고흐의 그림들을 연상시켰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하지만 이 바로 다음 장면은 전쟁으로 불이 활활 타오르는 장면으로 멀리 멀리 피난을 가야하는 긴급함이 느껴진다. 정성스럽게 키우던 옥수수를 뒤로한 채 피난길을 떠나야한다.
아이들은 상황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부모를 따라 살던 집을 떠나 공포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전쟁이 무엇인지를 아는 어른들에게도 한없이 공포스러운 경험일텐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조차 못 하는 아이들은 어땠을까? 솔직히 감히 상상조차 못하겠다.
피난 길에서 주인공 아이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며 두고 온 옥수수들을 떠올린다. 지금쯤은 많이 자랐겠지. 수염도 자라고, 옥수수 알도 영글었겠지? 너무 예쁜 장면이다.
하지만 나는 그 다음 장면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전쟁의 현실에는 초록 파랑의 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쟁이 쓸고 간 자리에 남은 옥수수는 다 타버리고 온통 잿빛에 핏자국까지 번져있다.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의 초록 초록 옥수수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그림이다. 이 장면의 글에 써 있는 내용으로는 그림을 상상할 수 없다. 대조적인 글과 그림에서 그림책의 매력을 또 한 번 느껴본다.
나는 끝까지 주인공 아이가 엉망이 되어 있을 옥수수를 보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물론 아이가 그 후에 경험해야하는 전쟁의 현실은 끔찍하지만 정성스레 키웠던 옥수수들만큼은 아이의 마음속에서 초록 초록하게 영원히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래본다.
이 책의 주인공 정도의 나이 이상의 아이들이라면 이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전쟁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권정생 작가의 그림책 『강아지똥』
작가 소개
<권정생>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광복 직후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경북 안동 일직면에서 마을 교회 종지기로 일했고, 빌뱅이 언덕 작은 흙집에 살면서 『몽실 언니』를 썼다. 가난 때문에 얻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인세를 어린이들에게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200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굴곡 많은 역사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보듬는 진솔한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똥」으로 기독교아동문학상을 받았고, 1973년 「무명 저고리와 엄마」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사과나무 밭 달님』, 『바닷가 아이들』, 『점득이네』, 『하느님의 눈물』, 『밥데기 죽데기』,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몽실 언니』, 『먹구렁이 기차』, 『깜둥 바가지 아줌마』 등 많은 어린이책과, 소설 『한티재 하늘』,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등을 펴냈다.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홈페이지(http://www.kcfc.or.kr)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김환영>
1959년에 충청남도 예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만화, 애니메이션, 출판 미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1992년에는 첫 개인전 「벽+프로젝트」전을 열었다. 만화에도 관심이 많아 만화책을 그린 적도 있었다. 금성 출판사에서 기획을 하고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원작으로 삼아 1년이나 작업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비록 만화책 작업이 도중에 무산되긴 했지만 만화를 해보니 애니메이션도 해보고 싶어졌고, 1996년에 설립된 애니메이션 전문 기획사 ‘오돌또기’에 들어갔다. ‘오돌또기’에서 근무하면서 제주 4 · 3 항쟁을 소재로 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오돌또기] 작업과 8분 30초짜리 TV 애니메이션 [아구찜과 빠가사리] 연출을 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의 한계와 IMF 등의 악재로 작업이 지지부진해져 오돌또기 활동을 정리했다. 그 뒤 한겨레문화센터 아동문학 작가학교 8기를 수료했으며, 지금은 경기도 가평에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동안 그림을 그린 책으로는 『마당을 나온 암탉』,『나비를 잡는 아버지』,『어른이 되고 싶어요』,『오줌싸개 누리』,『나도 잘 해』,『찌르릉 찌르릉』,『아빠는 깜둥이야』,『왜 나를 미워해』,『나귀 방귀』,『신통방통 도깨비』등이 있다.
그림책 정보
글 : 권정생
그림 : 김환영
출판사 : 사계절
발행 : 2018년 (개정판)
ISBN : 979116094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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