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99세 할머니가 전해요

사노 요코 글그림의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를 소개한다. 원서의 제목은 『だってだってのおばあさん』으로 일본에서는 1975년에 처음 출간된 책이다. 나이를 가리키는 숫자가 족쇄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99살의 할머니와 고양이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보자.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앞 표지 (원서)

98세의 할머니와 씩씩한 수컷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다.

고양이는 날마다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 할머니한테도 같이 가자고 하지만 할머니의 대답은 늘 똑같다.

하지만 나는 98살인걸. 98살 난 할머니가 고기를 잡는 건 어울리지 않아.


할머니가 99살이 되는 생일날이다. 할머니는 아침부터 케이크를 만든다. 고양이는 할머니가 만든 케이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할머니는 할머니라서 케이크를 잘 만든다고 설명한다. 할머니 생일 케이크에 꽂을 99자루의 초를 사오라고 고양이에게 시킨다.

그런데 그만 고양이가 94자루의 초를 냇물에 빠뜨리고 5자루만 들고 울면서 돌아온다. 할 수 없이 할머니와 고양이는 케이크에 초 5자루만 꽂고 생일을 축하한다.

케이크 위의 초를 세면서 “한살, 두살, 세살, 네살, 다섯살. 5살 생일 축하해!” 라고 할머니가 스스로에게 말한다. 고양이도 똑같이 따라하면서 자기랑 나이가 같다고 좋아한다.


다음날 아침 고양이가 할머니에게 물고기를 잡으러 가자고 한다.

할머니는 늘 하던대로 “하지만 나는…” 으로 시작해서 “5살인걸… 맞네! 5살이니까 물고기 잡으러 갈게!” 라고 한다.

어제까지의 할머니는 어디에도 없다. 할머니는 들판의 꽃향기를 맡고, 고양이처럼 강을 뿅뿅 뛰어 넘어간다. 94년만에 뛰어 넘는 강이었다. 매번 “나는 5살이니까!” 라면서.

그렇게 할머니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것을 고양이와 함께 하게 된다. 그러면서 왜 난 전부터 5살이 아니었지 라며 고양이에게 내년 생일에도 초를 5자루만 사오라고 한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고양이가 걱정스럽게 하는 말이 너무 귀엽다.

“하지만 할머니. 5살이라도 케이크 잘 만들 수 있어?”


싫든 좋든 매년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나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족쇄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에 맞게 행동하라는 말이 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해도 자유롭게 지내던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의젓해져야한다. 성인이 되면 뭔가 어른답게 행동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30대가 되면 결혼, 출산을 생각해야만 할 것 같고, 40대가 되면 새로운 도전을 하면 주변에서 조금 무모한 사람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게 50대, 60대, 70대… 우리 사회가 나이에 맞게 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것을 많이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할머니가 98살이라는 이유를 계속 댔던 것처럼. 98살의 할머니가 ‘5살’이 된 후로 몸이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한 살을 더 먹어서 99살이 되었다. 하지만 자기가 5살이라고 생각하니 그동안 못한다고만 생각했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노 요코가 5살을 선택한 이유도 있을 것 같다. 만 5살 아이들은 몸도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고, 대체로 하고 싶은 말도 표현할 수 있고, 또 자아도 꽤 단단한 나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행복해 보인다.

사노 요코는 99살의 할머니조차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99살의 할머니 앞에서 나는 더이상 핑계를 댈 것이 없다. ^^


작가 소개

일본의 작가,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1938년 중국의 베이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고,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불화, 병으로 일찍 죽은 오빠에 관한 추억은 작가의 삶과 창작에 평생에 걸쳐 짙게 영향을 끼쳤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백화점의 홍보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1967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일곱 장의 잎―미키 다쿠 동화집』으로 데뷔했다.

일본 그림책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비롯해 『아저씨 우산』, 『나의 모자』(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등 수많은 그림책과 창작집,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그림책으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일본 그림책상, 쇼가쿠간 아동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어렸을 적 병으로 죽은 오빠를 다룬 단편집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로 제1회 니미 난키치 아동문학상, 만년에 발표한 에세이집 『어쩌면 좋아』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수상했다.

2003년 일본 황실로부터 자수포장을 받았고, 2008년 장년에 걸친 그림책 작가 활동의 공로로 이와야사자나미 문예상을 받았다. 2004년 유방암에 걸렸으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고도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시즈코 씨』,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등 말년까지 에세이집을 왕성하게 발표했다. 2010년 11월 5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암으로 만 72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출처: yes24.com)


그림책 정보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글그림 : 사노 요코
역 : 엄혜숙
출판사 : 상상스쿨
발행 : 2017년
ISBN : 9788993702934
yes24 : http://www.yes24.com/Product/Goods/36460945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338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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