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우산』 사노 요코 글그림

사노 요코 글그림 『아저씨 우산』을 소개한다. 내가 사는 곳은 이번주 내내 비가 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에 갔더니 날씨에 맞춰 비에 관련 그림책들이 큐레이션 되어 있었다. 그 중에 눈에 띈 책이 바로 『아저씨 우산』이었다. ‘그림이 낯익네’ 라고 생각하며 책을 들었는데 『100만 번 산 고양이』로 잘 알려진 사노 요코 작가의 그림책이었다.

『아저씨 우산』의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파란색 톤으로 몇가지 색만으로 표현되어 있다. 책 표지에 보이는 색이 그림책 전체에 쓰여진 색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비’가 주제라서 파랑을 선택한 것일까?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읽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사노 요코의 그림은 잘 그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림책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

아저씨에게는 애지중지하는 멋진 우산이 있다. 너무 멋져서 우산을 절대로 펼쳐서 쓰는 일이 없다.

여담이지만 아저씨의 집에는 고양이가 있다. 사노 요코의 그림책에는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고양이 집사인 나로서는 사노 요코의 그림책에 더 마음이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왠만한 비는 그냥 맞고 가고, 비가 너무 많이 올 때는 다른 사람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면서까지 아저씨의 우산은 절대 펴지 않는다. 위의 그림속의 남자는 우산을 손에 들고 자기 우산 속으로 들어오는 아저씨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을까?

그러던 어느날 아저씨의 우산이 처음으로 펴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저씨가 그렇게 애지중지 아끼던 우산을 펼친걸까? 궁금하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아저씨의 우산은 물건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했다. 물건을 가치있게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아무리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이라도 그 물건의 원래 용도대로 써주지 않는다면 그 물건을 정말 가치있게 쓰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아저씨는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속에 서서 즐거운 빗소리를 듣고 있다.

“비가 내리면 또롱 또롱 또로롱, 비가 내리면 참방 참방 참—방.”

우산을 쓰지 않고 들고만 다녔다면 절대로 들을 수 없는 즐거운 빗소리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우산을 쓰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바빠서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의식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일은 우산 위로 떨어지는 ‘또롱 또롱 또로롱’에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작가 소개

일본의 작가,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1938년 중국의 베이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고,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불화, 병으로 일찍 죽은 오빠에 관한 추억은 작가의 삶과 창작에 평생에 걸쳐 짙게 영향을 끼쳤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백화점의 홍보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1967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일곱 장의 잎―미키 다쿠 동화집』으로 데뷔했다.

일본 그림책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비롯해 『아저씨 우산』, 『나의 모자』(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등 수많은 그림책과 창작집,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그림책으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일본 그림책상, 쇼가쿠간 아동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어렸을 적 병으로 죽은 오빠를 다룬 단편집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로 제1회 니미 난키치 아동문학상, 만년에 발표한 에세이집 『어쩌면 좋아』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수상했다.

2003년 일본 황실로부터 자수포장을 받았고, 2008년 장년에 걸친 그림책 작가 활동의 공로로 이와야사자나미 문예상을 받았다. 2004년 유방암에 걸렸으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고도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시즈코 씨』,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등 말년까지 에세이집을 왕성하게 발표했다. 2010년 11월 5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암으로 만 72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출처: 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