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은 절판이 되었다가 다시 출간된 책으로, 원제는 『Les Champs d’Amour d’Anton』다.
앙통의 수박밭은 정말 완벽했다. 자신의 수박밭에 얼마나 진심인지는 앙통의 수박 무늬 바지를 보고 느꼈다.ㅎㅎ
그런데 어느날 누군가 앙통의 수박밭에서 수박 한 통을 훔쳐가면서 앙통은 괴로움에 빠지고 만다. 도둑맞은 수박 한 통의 빈 자리를 볼 때마다 수박밭 절반이 사라진 것처럼 느꼈다. 앙통은 밤에는 도둑맞은 수박 꿈을 꾸고 낮에도 온통 수박의 빈자리 생각 뿐이다. 나는 ‘그렇게까지 괴로워할 일일까??’ 라고 생각했지만, 앙통은 완벽주의자인걸까? 끝이 보이지 않는 수박밭의 수박이 모두 자기 것인데도 앙통은 단 한통의 없어진 수박에 온 신경이 가 있었다.
앙통은 더 이상 악몽을 꾸고 싶지도 않고, 모든 걸 잊고 푹 자고 싶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스스로는 할 수 없었다.
앙통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존재가 등장한다. 바로 고양이다. 밤낮으로 도둑맞은 수박에 대해서 잊지 못하는 앙통과는 달리 낮에는 길바닥에 누워서 나비와 놀고 있다. 깊은 밤 근처에 사는 길고양이들이 앙통의 수박밭으로 다 모여 수박들을 마치 볼링공처럼 굴리고 던지며 앙통의 수박밭을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 사실을 알면 앙통이 난리가 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엉망이 된 수박밭을 보고 있는 앙통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왜지?
뒤죽박죽이 된 수박밭에서 더이상 도둑맞은 수박의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엉망이 되면 한 개 쯤 없어진 건 대수롭지 않다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나는 전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집이 완벽하게 깔끔하면 물건이 하나만 나와 있어도 티가 나서 치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어지럽게 물건들이 흐트러져 있으면 이거 하나 쯤이야 하고 금방 더 더러워지는 거랑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서 전달하고 싶은 내용과는 전혀 다르지만…
하지만 처음의 각 잡고 줄을 세워 둔 앙통의 수박밭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인 것도 사실이다. 고양이의 도움(?)으로 수박들이 무질서하게 널부러져있는 수박밭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였다. 앙통에게 있어서 ‘완벽함’이라는 기준이 바뀐다. 완벽함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완벽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 하필 고양이들일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인 고양이들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앙통에게 깨닫게 해 준 것일까?
“앙통은 이제 허전하거나 슬프지 않다.
수박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하니까.”
무엇이 앙통을 미소짓게 한 것일까? 함께 보고 싶은 그림책 리스트에 올려 놔야겠다. 혼자서 보니 잘 안 보이는게 많은 것 같은 느낌의 그림책이다.
작가 소개
<코린 로브라 비탈리>
코린 로브라 비탈리는 프랑스 알프스 언덕 어디쯤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수박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안톤 체호프가 그의 형제에게 ‘너는 네 삶이 도둑 맞은 수박인 것처럼 행동해야 해.’라는 말을 했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코린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안톤이었답니다. 또 고양이에 의해 구조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마리옹 뒤발>
마리옹 뒤발은 프랑스 동북부 스트라스부르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릴 때 꽃이 만발한 정원을 뛰어놀며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그녀는 앙통처럼 직접 무언가를 정성껏 기르고 돌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항상 인내하면서 잘 먹고, 일도 잘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위해 노력합니다. (출처: yes24.com)
그림책 정보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
글 : 코린 로브라 비탈리
그림 : 마리옹 뒤발
역 : 이하나
출판사 : 그림책공작소
발행 : 2021년
ISBN : 9791186825303
yes24 :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26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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