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본그림책] 집고양이로 길들여지기까지
무슨 사연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이미 어른인 길고양이가 입양되어 오면서 집고양이로 길들여지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이미 커버린 고양이와 친해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봄부터 시작된 고양이와의 생활이 여름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는데도 둘 사이는 좀처럼 좁혀지질 않는다.
과연 이 둘의 친해질 수 있을까? 고양이의 진짜 마음은 무엇일까?
도시의 작은 존재들
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겨울 날, 한 아이가 혼자서 버스를 타고 복잡한 도시로 향한다.
큰 도시에서 아이는 한없이 작아보이지만 아이는 자신보다 더 작은 존재를 걱정하고 위로한다.
그림책의 글은 누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일까? 슬픔과 감동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그림책이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그린 작가가 처음으로 쓰고 그린 『괜찮을 거야』는 2020년에 에즈라잭키츠상을 수상, 2021년에는 다시 한번 케이트그린어웨이상을 수상했다.
길 위의 이름 없는 고양이들에게
“길 위의 이름 없는 고양이들에게” 라고 시작하는 길고양이들을 위한 그림책.
식빵 속에는 식빵 유령이 살고 있다. 침대도 있고 책장에 책상까지, 아늑해 보이는 식빵 유령의 집이다.
빵집을 닫으면 매일 찾아오는 길고양이 때문에 식빵 유령은 골치가 아프다. 온갖 사고를 치는 고양이 때문에 뒷 수습은 늘 식빵 유령의 몫이다.
매일 찾아오던 고양이가 어느날부터 오질 않는다. 식빵 유령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길고양이는 왜 더이상 빵집을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
엄마 뽀뽀는 절대 안돼!
엄마의 관심도 싫고 엄마의 뽀뽀는 더 싫다. 특히 누가 보는 앞에서의 엄마의 뽀뽀는 참을 수 없다.
엄마가 자신을 애 취급하는게 싫고, 학교 또래 남자친구들과 어울리며 엄마에게서 정신적으로 독립하고 싶어하는 아이, 하지만 그러면서도 진심은 엄마의 관심을 원하고, 엄마가 좋기도 한 아직 어린 아이. 주인공은 딱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나이가 아닐까?
처음부터 끝까지 고양이 그림이 너무 좋았던 책이다.
『도서관 고양이』 최지혜 글 | 김소라 그림
『도서관 고양이』 이야기는 강화도에 실제로 존재하는 ‘바람숲그림책도서관’에 찾아온 길고양이 ‘레오’를 모델로 쓴 것이다. 최지혜 작가는 ‘바람숲그림책도서관’ 관장님이시다.
아이들이 뭘 그렇게 재밌게 읽는지 궁금해진 레오는 아무도 없는 밤, 도서관 침입에 성공한다. 도서관에 들어간 레오는 많은 그림책들을 보고 한눈에 반하고 만다.
『도서관 고양이』에 등장하는 수많은 그림책의 표지들은 실제 그림책을 본떠 그린 거라 어떤 그림책인지 맞추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상의 모든 첫째들에게
동생이 생긴 첫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소개를 읽은 적이 있지만,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는 나로서는 그냥 그림책 내용 그대로 고양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표지부터 고양이의 표정이 측은하기 짝이 없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엄마는 내 차지였다. 그런데 아기가 태어나자 엄마는 자꾸 기다리라고 한다. ‘나중에’라고 한다. 그런데 기다려도 내 차례는 오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첫째들, 오늘도 마음 고생이 많았어.
『범인은 고양이야!』 다비드 칼리 글 | 마갈리 클라벨레 그림
제목에 고양이가 쓰여 있어서 고양이 책인 줄 알았지만 사실 고양이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쥐들이 주인공이다.
표지부터 익살스럽고 그림들이 귀여워서 얼핏 보면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같지만 편견과 부당함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며 심오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도 흔히 내가 아는 것 혹은 편견을 바탕으로 쉽게 판단하고 단정 짓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가? 그렇게 했을 경우 부당한 희생자가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한다.
『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 엘리샤 쿠퍼 글그림 – 2018년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사람이나 동물이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이별을 하게 된다. 그리고 또 새로운 만남이 있다.
『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는 “흑백의 선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여 삶의 순환성을 안정적으로 잘 보여 주었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2018년에 칼데콧 아너상의 영예를 얻은 작품이다.
글과 고양이들만을 묘사한 최소한의 그림에 여백도 많아서 심플한 느낌인데, 그래서인지 그림책을 덮고나서도 고양이 움직임의 선들이 잔상처럼 머리에 남는다.
『피치』 한스 피셔 글그림
피치는 새끼 고양이 다섯마리 중에 가장 작은 고양이다. 다른 네마리 고양이들은 새끼 고양이스럽게 깨발랄 사고뭉치들이다.
피치는 고양이로 살고 싶지 않다. 다른 게 되고 싶다.
피치는 다른 동물들을 만나지만 생각한 것보다 그 동물들의 삶이 별로였다.
피치는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있을까?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의 의미
신발 가게 고양이, 책방 고양이, 야채가게 고양이… 다들 이름이 있다. 심지어 이름이 두개인 고양이도 있다. 강아지도 이름이 있건만… 주인공 고양이만 이름이 없다.
길고양이라고 더러운 고양이! 이상한 고양이! 라고 불리는 건 이름이 아니다. 이 놈! 저리가! 라는 것도 이름은 아니다.
주인공 고양이는 자기에게도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양이가 원하는 것은 정말 이름인걸까?
100만 번 다시 태어난 고양이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제목 그대로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산 고양이의 이야기이다. 백만 명의 사람이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지만,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지독한 놈….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100만 번을 죽고도 한 번도 울지 않았던 얼룩 고양이가 하얀 고양이를 만나고 100만 번 엉엉 우는 일이 생긴다. 그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세상은 보이는 걸까? 아기 고양이 눈에는 보름달이 우유 접시로 보인다.
우유 접시에 담긴 우유가 너무 마시고 싶은 아기 고양이는 온갖 방법으로 도전해보지만 도저히 마실 수가 없다.
아기 고양이는 우유를 마실 수 있을까?
2005년 칼데콧상을 수상한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 는 그림이 흑백이어서 그런지 고양이와 하얀 달이 더 선명하게 강조되어 보인다.
『어떤 고양이가 보이니?』 브랜든 웬젤 글그림 | 2017 칼데콧상 명예상 수상작
이 그림책에 등장인물은 모두 같은 고양이를 본다. 하지만 제각기 고양이가 다르게 보인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동물에 따라서 사물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고, 조금 큰 아이들에게는(어른들에게도) 모든 사람들이 같은 것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해 볼 수 있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번역본보다 원서를 추천한다. 그 이유는 원서의 표현이 아이들에게 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눈 깜짝할 사이』 호무라 히로시 글 | 사카이 고마코 그림
글도 별로 없고 짧지만 임팩트가 정말 컸던 그림책을 소개하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눈 깜짝할 사이는 매우 짧은 순간을 뜻한다. 이 그림책은 눈 깜짝할 사이라는 짧은 시간이 가져다주는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아빠, 달님을 따 주세요』 에릭 칼 글그림
딸은 창 밖을 보다가 하늘의 달님과 놀고 싶어졌다. 그래서 팔을 뻗어보지만 어림도 없다. 딸은 아빠에게 달님을 따 달라고 한다.
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긴—- 사다리를 가지고 온다. 아이는 달과 함께 놀 수 있을까?
아이의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실현해주는 에릭 칼의 그림책 『아빠, 달님을 따 주세요』 를 꼭 읽어 보길 바란다.
『나도 고양이야!』 갈리아 번스타인 글그림
고양이 집사는 오늘도 고양이 그림책을 소개한다. 작고 통통한 고양이 시몬의 귀여운 스토리 뿐만 아니라 사자, 호랑이, 퓨마 등 고양잇과 동물들의 공통점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주인공 회색 고양이 시몬은 고양잇과의 맹수들 앞에서 자기도 고양이라고 말한다. 그랬더니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는다. 뭐라고? 네가 고양이라고?
시몬은 고양이로 인정 받을 수 있을까?
『한밤의 정원사』펜 형제 글그림
2016년 파운더스 어워드와 페어런츠 초이스 어워드 수상작이자 2016년 출간 즉시 15개국에 번역 출간된 화제의 그림책이다. 테리 펜과 에릭 펜 형제가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 낸 첫 번째 그림책이다.
『한밤의 정원사』는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마법같은 이야기이다. 밤 사이에 나무들이 작품들로 변신한다.
한밤의 정원사는 더이상 이 마을에 나타나지 않지만 이 마을에, 또 주인공 아이 윌리엄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다.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고양이 폭풍』 안토니아 바버 글, 니콜라 배일리 그림
톰 할아버지와 고양이 마우저의 이야기는 실제로 존재하는 곳 콘월의 쥐구멍 마을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턱시도 고양이 마우저는 항구가 내려다 보이고 창문이 있는 오래된 오두막, 패치 워크 쿠션이 있는 오래된 흔들 의자, 톰이라는 늙은 어부를 ‘가지고’ 있다.
어느날 쥐구멍 마을에는 몇 년 안에 한 번씩 들이닥치는 고양이 폭풍이 찾아온다. 톰 할아버지와 마우저는 고양이 폭풍과 어떤 일이 있었을까?
고양이 마우저를 너무 잘 묘사해서 그림책이지만 마우저의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저씨 우산』 사노 요코 글그림
『100만 번 산 고양이』로 잘 알려진 사노 요코 작가의 그림책이다.
‘비’를 주제로 한 『아저씨 우산』의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파란색 톤으로 몇가지 색만으로 표현되어 있다.
아저씨는 애지중지하는 멋진 우산을 절대로 펼쳐서 쓰는 일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아저씨의 우산이 처음으로 펴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내일은 나도 우산 위로 떨어지는 ‘또롱 또롱 또로롱’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내일 고양이가 와요』 이시즈 치히로 글, 사사메야 유키 그림
일본그림책 상을 수상한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의 원제를 직역하면 ‘내일 우리 집에 고양이가 와요’이다. 내일 우리 집에 고양이가 온다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진다.
내일 우리 집에 오는 고양이는 어떤 고양이일까? 상상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말도 안되는 고양이들이 계속 등장한다.
미취학 아동 연령대 이하의 아이와 함께 상상의 날개를 펼치면서 읽으면 좋은 그림책일 것 같다. 물론 나처럼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