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All in the Dumps with Jack and Guy』 모리스 샌닥 지음

모리스 샌닥의 『We Are All in the Dumps with Jack and Guy』는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아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제가 무거워서인지 술술 읽혀지는 그림책이 아니었다. 한 장 한 장의 그림에 모리스 샌닥이 전하고 싶은 것이 많아 보이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그림책이 나온 당시의 배경과 모리스 샌닥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다.

이 그림책이 출간된 1993년에 Los Angeles Times에 이 그림책에 대해 자세한 기사가 실렸다. ‘모리스 샌닥은 분노합니다. 아이들의 곤경에, 그들의 노숙 생활, 배고픔, 무고한 사람들을 찾아오는 에이즈 전염병, 아이들까지도 겪어야하는 편견에 분노합니다.’ 라고 기사는 시작한다. 어린이 그림책을 가장한 이 작품은 두 개의 전통적인 너서리 라임을 중심으로 구성된 매우 복잡한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출처: Los Angeles Times)

이 그림책은 모리스 샌닥이 노숙자, 빈곤 및 기타 사회적 문제를 묘사하기 위해 아무 연관성이 없는 너서리 라임 두 개를 붙여서 시각적으로 재 해석한 것이다. 한 번 읽었을 때 도저히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몇 번이고 계속 읽어야, 아니 몇 번이고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이해할 수 있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We Are All in the Dumps with Jack and Guy』앞 표지

앞 표지에 제목과 작가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제목과 작가의 이름은 뒷 표지에 써있다. 앞 표지와 뒷 표지를 펼쳐야 전체가 보이는 표지이다.

『We Are All in the Dumps with Jack and Guy』면지

이 그림책은 갈색 시멘트 봉지와 같은 독특한 재질의 면지를 사용하고 있다. 빈민가와 아이들이 노숙하는 거리를 배경으로 하는 그림책 내용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반적인 그림책은 32페이지이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무려 56페이지나 있다. 너서리 라임의 한 줄을 양 쪽의 그림으로 표현했고, 그 사이사이에 글이 없고 그림만 있는 페이지들도 있다. 모리스 샌닥이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았나 상상해볼 수 있다.


영어권에서 불리는 전래 동요나 동시를 너서리 라임(Nursery Rhymes) 또는 마더​구스 라임(Mother Goose Rhymes)이라고 한다. ‘Twinkle, Twinkle Little Star’, ‘Old Mac Donald Had A Farm’ 같은 것이 너서리 라임이다. 대부분 동요처럼 멜로디가 있다.

모리스 샌닥이 선택한 두 개의 너서리 라임은 그닥 알려진 것은 아닌 것 같다. 찾아봐도 이 책 이외의 것과 관련된 것은 찾기가 힘들었다. 그림책에서 두 너서리 라임이 연결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는 것 같지만, 글만 따로 떼어서 읽으면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이다.

We are all in the dumps
For diamonds are trumps
The kittens are gone to St. Paul’s!
The baby is bit
The moon’s in a fit
And the houses are built
Without walls

Jack and Guy
Went out in the Rye
And they found a little boy
With one black eye
Come says Jack let’s knock
Him on the head
No says Guy
Let’s buy him some bread
You buy one loaf
And I’ll buy two
And we’ll bring him up
As other folk do

Two traditional rhymes from Mother Goose, ingeniously joined and interpreted by Maurice Sendak

그림책에 등장하는 고양이, 달, 빈민가는 첫 번째 너서리 라임에서만 나오고, 잭(Jack), 가이(Guy), 어린 소년은 두 번째 너서리 라임에서만 등장한다. 하지만 그림책에서는 잭, 가이, 어린 소년, 달, 고양이, 빈민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한다.


표제지(속표지)부터 모리스 샌닥은 전달하고 싶은게 많아 보인다. 빈민가에 아이들이 길고양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달은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수도승으로 보이는 사람이 가운데 앉아 있다 (나는 아직까지 이 수도승이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다). 뒷 배경에는 빈민가의 분위기와는 다른 높은 건물들이 보인다. 왼쪽 구석에는 작게 ‘Help?’라고 말하고 있는 흑인 아이가 보인다. 이 소년은 그림책에서 몇 번이나 ‘Help?’를 외친다. 표제지부터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모리스 샌닥은 신문지 한 장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아이들이 옷처럼 두르고 다니는 신문지의 내용에도 모리스 샌닥이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담겨 있다. 신문에는 어떻게하면 집을 살 수 있는지, 온통 부동산, 주택 론에 관한 기사들이다. 책이 출간된 1990년 초반의 배경 지식이 많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신문 기사의 내용이 거리에서 노숙자 생활을 해야하는 아이들의 상황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다른 장면에서는 신문에 ‘에이즈’라는 단어, ‘세계적인 기근’이라는 단어도 보인다. 길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 중에 머리카락이 없는 아이들이 있는데 에이즈에 감염되어 머리카락이 없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탐욕의 상징 트럼프 타워도 등장한다. 뭘로 봐도 트럼프 타워이지만 이름은 직접적으로 쓰지 않았다. 대신 ‘TRUMPED’라는 대사를 묘하게 TOWER 앞에 보이게 그려서 간접적으로 트럼프 타워임을 표현했다.


이 그림책에는 처음부터 등장한 달은 대부분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어서 나쁜 역할인줄 알았는데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신과 같은 존재인 것 같다.

갑자기 대왕 고양이가 등장해서 쥐를 물리치고 불쌍한 소년과 아기 고양이들을 구해준다. 누군가의 리뷰를 읽고 알았는데 달이 고양이로 변신한 것이었다. 그림들을 다시 보니 중간에 달의 얼굴이 고양이처럼 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을 봤는데 왜 난 안 보였을까…


그림만 언뜻보면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같은데 내용은 어둡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아이들이 실제로 어둡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현실을 모리스 샌닥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논란의 여지가 많은 주제이지만 그림책을 통해서 한사람이라도 더 깨닫게 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모리스 샌닥은 아이들에게 예쁘게만 포장한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았다. 무겁고 잠재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와 아이디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어린이의 능력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인류에 대한 간곡한 권고며, 하늘에게 정의를 구하는 외침이다.”

(출처: Los Angeles Times)

모리스 샌닥의 작품 중에 『괴물들이 사는 나라』밖에 모르는 나로서는 모리스 샌닥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함을 느꼈다. 모리스 샌닥 작가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작가 소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책 저자로 명성을 떨치는 모리스 샌닥. 그는 1928년에 뉴욕시 빈민가 브루클린에서 폴란드계 유태인 이민 3세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화려한 맨해튼을 동경하며 성장했다. 병약한 탓에 창밖으로 친구들이 뛰어노는 광경을 부러운 눈길로 지켜보거나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혼자 종이에 뭔가를 끄적거리는 고독하고 섬세한 소년으로 성장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이 초라한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미키였다. 소년은 여섯 살 때에 미키를 정확히 모사하는 재능을 보였다. 그가 태어난 1928년 역시 디즈니가 미키마우스를 창조한 해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수업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지만 자유분방하고 온화한 미술 선생의 지도로 화가의 직감을 발휘하기 시작해 학교 신문에 학생들의 생활을 풍자하는 만화를 그렸고, 졸업한 뒤에는 장난감 가게에서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하며 밤에는 뉴욕의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미키 모사를 좋아하던 소년 샌닥은 드디어 『깊은 밤 부엌에서』를 통해서 또 다른 미키를 창조해냈다.

『깊은 밤 부엌에서』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 『저 너머에는』과 함께 어린 시절을 테마로 한 샌닥의 대표적인 삼부작이다.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한밤중에 잠이 깬 꼬마가 그 소리를 따라 부엌까지 가 보았더니 요리사 모자를 쓴 뚱보 요리사들이 있어서 함께 노래하며 빵을 만들다가 다시 돌아와서 잠자리에 든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근대 그림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랜돌프 칼데콧(1846~1885)은 건강을 위해 미국 플로리다에 갔다가, 그 곳에서 사망하였는데, 1938년부터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칼데콧 상’을 제정하여, 그 전 해에 출판된 최고의 그림책에 상을 수여하고 있다. ‘칼데콧 상’은 최우수작 한 편에게 주는 ‘칼데콧 메달’과 우수상 여러 편에 주는 ‘칼데콧 아너’로 나누어져 있다. 칼데곳 상은 매우 권위있는 그림책 상으로 유명하다. 샌닥은 어린이를 관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기 안에 살고 있는 어린이를 발견해내는 데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어른들의 눈으로 꿰어 맞춘 어린이가 아니라 제 나이만큼의 생각과 고민을 가진 ‘진짜 아이들’이 등장하여 어린이들에게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게 한다.그는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어린이들과 함께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정확한 그림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칼데콧상 시상식에서 샌닥은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의 갈등이나 고통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허식의 세계를 그린 책은 자신의 어릴 때의 경험을 생각해 낼 수 없는 사람들이 꾸며 내는 것이다. 그렇게 꾸민 이야기는 어린이의 생활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는 1970년에 최고의 어린이 책 작가들에게 수여되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 5월 8일 향년 83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출처: yes24.com)


그림책 정보

글그림 : 모리스 샌닥 (Maurice Sendak)
출판사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발행 : 1993년
ISBN : 9780062050144
yes24 : http://www.yes24.com/Product/Goods/19370264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43036

Please follow and like u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