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잭슨 글, 이수지 그림의 『이렇게 멋진 날』를 소개한다. 원제는 『This Beautiful Day』다.
한국 북큐레이터협회가 주최하는 그림책 북큐레이터 양성과정의 과제로 이 책의 미술적 특징을 찾아보았다. 그래서 『이렇게 멋진 날』은 그림책의 미술적 특징을 중심으로 소개해볼까 한다. 나에게 『이렇게 멋진 날』은 색과 재료가 눈에 띄는 그림책이었다.
표지에서 하늘에는 시커먼 먹구름이 잔뜩 끼고 비가 내리고 있는데 파란 장화를 신고 파란 우산을 쓴 아이는 파란 물을 첨벙 거리며 얼굴에는 미소를 띄고 있다. 몸의 일부만 보이는 강아지도 발걸음이 경쾌해 보인다.
이렇게 날씨가 안 좋은데 뭐가 ‘멋진 날’이라는 거지? 라는 것이 책 표지를 본 나의 첫 느낌이었다. 제목의 ‘멋진'(원제에서는 ‘Beautiful’)도 파란색인 것을 보니 파란색은 이 책에서 긍정적인 색으로 표현된 것 같다.
앞 면지는 먹구름이 잔뜩 끼고 억수같은 비가 내리고 있는 장면이다. 이야기의 처음 부분에 아이들이 집안에서 지루해 보이는 이유가 면지로 설명되어 있다.
덧표지에 표지에서 보이던 강아지의 얼굴과 앞 발이 보인다. 역시 신나 보이는 강아지가 파란색 물을 첨벙거리며 “어서와. 날씨가 좋아!” 라고 말하는 문장이 파란색으로 써 있어서 면지의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메세지이다. 검은 색은 부정적, 파란색은 긍적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끝난 뒷 면지에는 먹구름이 완전히 사라지고 맑게 갠 하늘 아래 초록 풀밭 위를 엄마와 아이들, 강아지가 신나게 뛰어간다.
비가 오는 날도 아이들의 즐거움을 막을 수는 없다. 먹구름이 잔뜩 끼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아이들은 라디오의 음악 하나에 춤을 추면서 즐거워한다.
장화를 신고 우산을 들고 자연으로 나간 아이들은 첨벙첨벙 빗속에서 즐겁기만 하다. 점점 즐거워지는 아이들의 마음과 함께 그림책의 그림들도 색상이 다양해지고 밝아진다.
앞 면지와 뒷 면지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색이 어떻게 변했는지 과정을 살펴보자.
시커먼 하늘의 앞 면지 바로 후에 나오는 집 안에서 아이들이 지루해하는 장면들은 흑백의 그림이다.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아이들이 즐겁게 춤을 추기 시작하는 장면부터 유채색(파란색)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밖으로 나오니 자연의 초록색이 더해진다.
그림책의 중간 부분부터 다른 아이들도 함께 나와 즐거워하면서 노랑, 분홍, 오렌지 등 다른 색들이 더해진다.
그림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먹구름이 완전히 걷히고 거의 유채색만 등장한다. 색의 채도도 높아진다.
이렇게 색상과 채도의 변화로 점점 즐거워지는 아이들의 마음의 변화를 표현했다.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빗물과 함께 걱정이 씻겨 나가고, 개이는 하늘과 함께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을 주는 그림책이다.
『이렇게 멋진 날』은 빗 속에서 즐거워하는 아이들은 연필로 생동감 있게 표현, 맑게 튀는 물과 자연은 물감으로 부드럽게 표현해서 부드러운 배경 위로 아이들이 더 도드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그림책을 보고 있으니 검정과 파랑만 등장하는 같은 작가의 『파도야 놀자』 가 생각나서 장면을 비교해 보았다. 『파도야 놀자』에서는 목탄의 굵은 선이 아이와 새를 더 생동감 있고 장난끼 있게 표현한 것 같고, 같은 파란 물감이지만 파도 역시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서 아이가 파도와 함께 놀고 있는 느낌이 더 강하다.
『이렇게 멋진 날』의 글 어디에도 비와 날씨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이수지 작가는 먹구름이 잔뜩 낀 비오는 날조차 즐거워 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으로 결국은 날씨까지 맑게 갠 이야기로 ‘이렇게 멋진 날’을 표현했다.
작가 소개
<리처드 잭슨>
뉴욕의 아테네움 출판사에서에서 오랜 시간 아이들을 위한 책을 만들었다. 직접 글을 쓴 책이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에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 2005년, ALSC(전국어린이도서서비스협회)에서 아동 문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수지>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한국과 영국에서 회화와 북아트를 공부했다. 그린 책으로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가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동물원』, 『움직이는 ㄱㄴㄷ』, 『검은 새 L’Oiseau Noir』(천둥거인/Lirabelle, 프랑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Corraini, 이탈리아), 『파도 Wave』(Chronicle Books, 미국) 들이 있다. 『토끼들의 복수 La revanche des lapins』로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 상을 수상했고,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었다. 그녀가 그린 『파도야 놀자』는 2008 뉴욕 타임스 우수 그림책에 선정된 바 있다. 또한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협회 올해의 원화전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한된 색채를 사용한 그림들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과 캐릭터를 역동적으로 그려내는 터치로 어린이들이 꿈꾸고 상상하는 세계와 어른의 현실 세계의 묘한 경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또한 책의 접지 부분, 판형 등 책 자체의 형태를 이용해 내용을 표현하는 작업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젊은 그림 작가이다. 자신은 그림책을 그릴 때 독자를 어린이에 국한시키지 않고 ‘어린이만을 위한 책’을 만들 생각은 없다는 작가는 어린이도, 어른들도 각자의 관점으로 소통하는 재미있는 그림을 그리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출처: yes24.com)
작가 홈페이지
그림책 정보
글 : 리처드 잭슨
그림/역 : 이수지
출판사 : 비룡소
발행 : 2017년
ISBN : 9788949113623
yes24 : http://www.yes24.com/Product/Goods/44521523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5683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