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허수아비』 베스 페리 글, 펜 형제 그림

가을에 딱 어울리는 그림책, 베스 페리 글, 팬브라더스 그림의 『행복한 허수아비』를 소개한다. 원제는 『The Scarecrow』이다. 원작이 2019년 9월에 출간된 책인데, 한국어 번역도 2019년 10월에 출간되었다. 그렇게 빨리 번역이 될 수도 있구나.

요새 아이들은 허수아비가 뭔지 알까? 나도 허수아비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허수아비를 주제로 한 이 그림책이 오래 전에 출간 되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2019년으로 꽤 최근이라 조금 놀라웠다.

앞 표지와 뒷 표지를 쫙 펼치면 황금빛 들판이 펼쳐진다.

겉 커버와 그림책 표지의 그림이 같은 그림책이 있는가 하면, 겉 커버가 있으면 표지는 아무 그림이 없는 책도 있고 그림책마다 다르다. 그래서 겉 커버가 있는 책들은 꼭 벗겨 보게 된다. 한국 번역책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행복한 허수아비』의 영어 책은 황금빛 들판의 겉 커버를 벗기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허수아비가 입고 있는 청바지의 일부이다. 이런 것까지 신경 쓴 그림책 작가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이런 것을 발견하는게 그림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그림책으로 책을 펼치면 넓은 들판의 풍경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저녁 노을의 풍경부터, 눈 덮인 풍경, 반딧불이 별 빛과 함께 빛나는 밤 풍경까지 너무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동물들을 쫓아야 하는 역할이 주어진 허수아비는 늘 들판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다. 동물들은 허수아비가 무서워서 모두 멀리 떨어져서 허수아비를 바라본다. 자기 역할에 충실한 허수아비 이기에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허수아비이지만 감정이 있고 표정이 있다. 그렇다면 분명 외로움도 느끼겠지? 허수아비는 표지의 표정처럼 늘 미소를 띄고 있지만, 딱 한 장면에서만 허수아비의 입 꼬리가 내려가 있다. 허수아비는 왜 슬픈걸까? 궁금하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비오는 날에 무지개가 살짝 보이는 풍경, 그리고 허수아비가 미소를 띈 채, 까마귀를 품에 안고 있는 이 장면이 나에게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림책의 그림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순간이다.

그림책을 읽다보면 특히 마음에 와 닿는 그림의 작가가 있다. 팬 브라더스의 그림이 나에게는 그렇다. 팬 브라더스의 『밤의 정원사』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허수아비와 까마귀의 관계를 다룬다. 사실 허수아비는 까마귀를 쫓아야 하는 역할이 주어져 있다. 그런 허수아비가 까마귀과 가까워져도 괜찮을까? 라고 마지막에는 살짝 허수아비의 운명이 걱정이 되었다. 내가 너무 현실적인 것일까… ^^;

하지만 그림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허수아비의 편이 되어주고 싶어진다. 가을 저녁 노을 하늘과 같은 따스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작가 소개

<베스 페리 (Beth Ferry)>

베스 페리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그림책 작가로 『막대기랑 돌멩이랑』으로 미국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았어요. 산책하고 탐험하고 특히 바닷가에서 늘어져 있는 걸 좋아해요. 물론 여름에요. 막대기와 돌멩이 이야기를 쓰면서 너무나 행복해서 앞으로 계속 그림책만 쓰겠다고 결심했어요. 남편과 세 명의 자녀와 함께 뉴저지 해변가에 살아요. 그동안 쓴 책으로는 『파란 고래』와 펜 형제와 함께 만든 『행복한 허수아비』가 있어요.

<The Fan Brothers – 테리 펜 (Terry Fan), 에릭 펜(Eric Fan)>

테리 펜과 에릭 펜은 그림책 데뷔작인 『한밤의 정원사』를 시작으로 함께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형제 작가입니다. 어린 시절 농장에서 한가로운 여름을 보냈습니다. 밤에는 별을 보고 반딧불을 쫓아다니고 건초 더미도 쌓으면서 황금색으로 천천히 물들어가는 계절의 변화를 보았답니다. 현재는 토론토에 살면서 여전히 밤하늘을 쳐다보며 가끔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함께 쓰고 그린 책으로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도 있습니다. (출처 yes24.com)

http://www.thefanbroth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