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시간을 아세요?』 안 에르보 글 그림

안 에르보 글 그림 『파란 시간을 아세요?』를 소개한다. 원제는 『L’Heure Vide』이다. 개인적으로 아이들 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파란 시간을 아세요?』앞 표지

안 에르보의 그림책들은 사이즈가 큰 편이다. 『파란 시간을 아세요?』도 꽤 큰 사이즈의 그림책이다.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일본어 번역본이다.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 『파란 시간을 아세요?』는 원제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일본어로 번역한 제목은 ‘사이의 시간’이다. 나는 불어는 전혀 몰라서 원제의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직역을 하면 ‘텅 빈 시간’으로, 일본어 번역의 제목이 원제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다.

안 에르보는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이며 시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림책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 그림책에서도 추상적인 ‘시간’이라는 개념을 시각화해서 낮, 밤, 그리고 그 사이의 시간을 인물로 표현했다.

파란 시간을 아세요?
불을 켜기엔 아직 환하고
책을 읽거나 바느질을 하기엔 조금 어두운 시간.
읽던 책을 그대로 펼쳐 놓은 채
생각에 잠기고, 꿈을 꾸는 시간.
펼친 책장이 희미한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시간.

땅거미 질 무렵의 어슴푸레한 시간.
그림자는 빛나고, 땅은 어둡고, 하늘은 아직 밝은 시간.
온 세상이 파랗게 물드는 시간.
세상 모든 것들이 조용히 밤을 기다리고 있는 시간.
하늘 끝자락이 붉어지고, 태양은 멀리 어딘가로 자러 가는 시간.

늘 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가
들아갈 때만 조금 달라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시간.

그런 파란 시간을 정말 아세요?

『파란 시간을 아세요?』 중에서

『파란 시간을 아세요?』는 파란 시간의 설명으로 시작한다. 파란 시간이란 낮과 밤 사이의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파란 시간이 나타나기 전에는 시간은 낮에서 밤, 밤에서 낮으로 바로 흘러갔다고 한다. 왼쪽은 낮을 표현하는 태양 왕, 오른쪽은 밤을 표현하는 밤의 여왕이다. 이 둘은 사이가 안 좋아서 늘 싸운다.

그러던 어느날 이 둘 사이에 장대발을 신은 깡마른 파란 시간이 나타난다. 태양 왕과 밤의 여왕이 옥신각신 싸우는 틈을 타, 둘 사이로 들어간다. 낮도 아닌, 밤도 아닌, 그런 시간을 파란 시간이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태양 왕, 밤의 여왕에 비하면 파란 시간은 어딘가 볼품이 없어보인다. 파란 시간은 너무 말라서 가로등 속에도 숨을 수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해질녘에 노을을 바라보다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해가 져버리곤 한다. 새벽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밤과 낮, 낮과 밤 사이의 끼어 있는 짧은 시간을 너무 깡말라서 금방이라도 팔 다리가 부러질 것만 같은 파란 인물로 표현한 것 같다.

파란 시간은 오른손에는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책을 들고 있다. 그 의미가 무엇일까? 해질녘, 새벽녘은 사람들이 생각에 잠기기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새벽을 예로 들어보자. 요새는 미라클모닝을 실천하기 위해 새벽 기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녘에 혼자 일어나서 고요함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파란 시간의 빈 책은 그런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 아닐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해봤다.

당신에게는 파란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낮과 밤 사이에 나타나던 파란 시간이 어느새 밤과 낮 사이의 새벽에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직접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새벽 기상을 해서, 고요함 속에서 나 혼자 읽어보기 싶은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의 아름다운 그림을 몇 장 소개한다.


안 에르보의 『걱정이 따라다녀요』 를 소개한 글도 있다.

https://imagineers.site/picturebook/lepetitsouci/

작가 소개

그림책 작가. 1976년 벨기에 위클리에서 태어났다. 중 · 고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면 늘 브뤼셀에 있는 오뤼에 셍 피에르 미술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렸다. 이후 4년 동안 왕립 브뤼셀 미술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를 전공했고, 우연히 카스테르만 편집자의 눈에 띄어 졸업과 동시에 그림책을 내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첫 번째 단행본 『보아뱀』을 출간했는데, 이 그림책에 나오는 ‘에두아르’와 ‘아르망’은 이후 시리즈물로 연결되는데, 길고 가느다란 선, 작은 머리, 마르고 긴 팔다리, 커다란 몸통 등은 그녀 자신을 대신하는 캐릭터의 특징이다. 작업을 할 때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구상하는 편인 그녀는, 아름다운 이미지나 훌륭한 텍스트를 남기는 것보다 그 둘을 어울리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이며 시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림책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 『빠따프에게는 적이 많아요』, 『작은 걱정』, 『빨간 모자 아저씨의 파란 집』, 『제가 어렸을 때』, 『비가 올 거야』, 『나뭇가지 아이와 하나이면서 다섯인 이야기』,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 『바람은 보이지 않아』, 『걱정이 따라다녀요』, 『숲의 거인 이야기』, 『편지』, 『시간이 들려주는 이야기』, 『파란 시간을 아세요?』 등의 책을 출간했으며, 그 중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는 1999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새로운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어린이 책과 만화를 준비 중이고, 앞으로는 장편 애니메이션이나 데생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한다. (출처 yes24.com)


그림책 정보

글그림 : 안 에르보
역 : 이경혜
출판사 : 베틀북
발행 : 2003년
ISBN : 9788984882416
yes24 : http://m.yes24.com/goods/detail/394025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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