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사냥을 떠나자』 마이클 로젠 글 | 헬린 옥슨버리 그림

마이클 로젠 글, 헬린 옥슨버리 그림의 『곰 사냥을 떠나자』를 소개한다. 원제는 『We’re Going on a Bear Hunt』로 영국 그림책이다. 글 작가 마이클 로젠, 그림 작가 헬린 옥슨버리가 이 그림책에 대해서 인터뷰를 한 기사를 읽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있어서 기사를 바탕으로 소개해볼까 한다.


글과 그림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책

미국의 여름 캠프등에서 자주 불리는 곰 사냥에 관한 포크송을 마이클 로젠이 그림책으로 다시 썼다. 원래의 노래는 길지가 않아서 마이클 로젠은 풀과 진흙을 통과하는 소리를 만들어내고, 숲과 눈보라를 추가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포크 가수 Alison McMorland가 곰 사냥에 관한 노래를 녹음하면서 앨범 표지 디자인을 헬린 옥슨버리에게 요청했을 때, 『곰 사냥을 떠나자』 그림책의 그림 요청도 함께 들어왔다고 한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헬린 옥슨버리는 『곰 사냥을 떠나자』의 그림을 그릴 운명이었나보다.

원래의 포크송을 듣고 마이클 로젠은 왕과 왕비, 광대가 곰을 사냥하기 위해 출발하는 것을 상상했다고 말했지만 헬린 옥슨버리 바로 아이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헬린 옥슨버리는 그림이 완성되기까지 아무에게도, 심지어는 마이클 로젠에게도, 그림을 보여주지 않았다. 마이클 로젠이 완성된 헬린 옥슨버리의 그림을 처음으로 봤을 때, 편집자들은 이것이 그들이 본 것 중 가장 놀라운 그림책 중 하나라고 말했지만, 마이클 로젠은 솔직히 아이들이 곰 사냥과 무슨 관계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마이클 로젠은 일러스트레이터와 편집자가 책을 만드는 것을 신뢰했기 때문에 침묵했다.

결국 그림책만이 해낼 수 있는 글과 그림이 서로 다른 이야기하고 있는 그림책이 탄생했고,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등장 인물들은 어떤 관계일까?

『곰 사냥을 떠나자』앞표지

표지에는 네 명의 인물이 보인다. 하지만 등장 인물을 다 보기 위해서는 표지를 앞뒤로 펼쳐야한다.

표지를 앞뒤로 펼치니 다섯 명과 강아지 한마리가 보인다. 표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떤 관계일까? 나는 도서관에 가끔 지나가다가 이 그림책을 본 적이 있는데 책 표지만 대충 보고 엄마, 아빠 아이 세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Amazon 책 설명에는 아빠랑 네 명의 아이들이라고 나온다. 그림책 큐레이터 양성과정의 수업에서는 다섯 명의 아이들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누가 맞는 거야?? 나는 너무 궁금해져서 찾아보다가 그림 작가의 인터뷰 내용에서 아이 다섯 명이라는 설명을 찾을 수 있었다. 역시 우리 선생님이 맞았다. ^^

헬린 옥슨버리의 인터뷰에 따르면 누구나 제일 큰 남자를 아버지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사실 그는 장남이다. 헬린 옥슨버리는 상상력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는 어른들이 주위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아이들을 모델로 다섯 명의 아이들이 등장하는 그림으로 그렸다고 한다. 사진 속의 개도 작가의 개를 모델로 했다.


그림책의 구조

헬린 옥슨버리는 글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구조를 만드는게 상당히 어려웠다고 한다. 고민 끝에 아이들이 행동을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흑백 그림을,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장면에는 컬러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책에서는 흑백 그림과 컬러 그림이 리듬감 좋게 반복된다. 

풀 속을 지나가는 장면과 눈보라 속을 지나가는 장면의 흑백과 컬러의 반복을 그림으로 확인해보자.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면지의 역할

마지막에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읽어줄 때는 나도 모르게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긴장감 때문일까? 저 곰은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쫓아오는 것일까? 이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마지막 면지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곰 사냥을 떠나자』는 면지로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그림책 중에 하나이다. 앞 면지와 뒷 면지가 다른 그림이다. 면지를 살펴보자.

앞 면지 오른 쪽에 보이는 것은 곰이 사는 동굴인 것 같다. 뒷 면지에는 곰의 뒷모습이 보인다.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이라 덧표지때문에 오른쪽이 안 보이는데, 앞 면지와 같은 장소로 오른쪽에는 동굴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헬린 옥슨버리는 동굴에서 혼자 지내는 곰이 분명 외로워서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었을 것이라고 상상했고, 그래서 작가는 우울증으로 어깨가 축 처져서 걷는 친구의 자세를 모델로 뒷 면지의 곰을 그렸다고 한다. 작가의 친구는 실제로 자신의 모습임을 알아 봤고, 원본은 이제 그의 집 벽에 걸려 있다고 한다. 나는 뒷 면지에 등장하는 곰을 봤을 때, 슬프고 외로워 보였다. 역시 아이들을 집까지 쫓아간 것은 함께 놀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 아이들이 실제로 곰사냥을 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의 스토리가 매일 밤에 잠들기 전 아이들이 침대에 누워서 함께 부르는 노래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 역시 그림 작가가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해진 결과가 아닌 독자가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고, 저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만드는 그림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다.

작가의 의도는 어디까지나 작가의 의도일 뿐, 그림책을 읽고 어떻게 느끼냐는 독자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 당신에게는 『곰 사냥을 떠나자』는 어떻게 해석될지,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마이클 로젠이 직접 읽어주는 생동감 넘치는 영상을 소개하며 마친다.


그림책에 대한 많은 설명은 마이클 로젠과 헬린 옥슨버리의 인터뷰 기사 링크를 바탕으로 했다. 기사의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2/nov/05/how-we-made-bear-hunt


작가 소개

<마이클 로젠>

아동문학계와 영국의 예술계에서 유명한 인물입니다. 1974년에 첫 동시를 발표한 뒤로 수많은 동시집과 논픽션 작품, 그림책을 만들었으며 여러 상을 받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곰 사냥을 떠나자》와 동시 〈초콜릿 케이크〉입니다. 그는 또한 ‘BBC 라디오4’에서 ‘워드 오브 마우스(Word of Mouth)’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가디언지에 글을 쓰고, 런던 대학에서 아동문학과 교수로 강의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 알라딘)


<헬린 옥슨버리>

1938년 영국 이프스위치에서 태어나 런던 센트럴 아트 스쿨에서 무대 디자인을 공부했다. 졸업 후 연극, 영화, 텔레비전 쪽에서 일하다가, 영국 3대 그림책 작가 중 한 사람인 존 버닝햄과 결혼한 뒤 남편의 영향으로 그림책 일을 시작했다.

부드러운 선, 따뜻한 색감, 아이들에 대한 탁월한 관찰력과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영국의 그림책 작가다.『쾅글왕글의 모자』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빅 마마, 세상을 만들다』로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상을, 『옛날에 오리 한 마리가 살았는데』로 스마티즈 북 상을 받으면서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작품으로 『곰 사냥을 떠나자』, 『찰리가 온 첫날 밤』, 『용감한 잭 선장과 해적들』들이 있다. (출처: yes24.com)


그림책 정보

글 : 마이클 로젠
그림 : 헬린 옥슨버리
역 : 공경희
출판사 : 시공주니어
발행 : 1994년
ISBN : 9788952782670
yes24 : http://www.yes24.com/Product/Goods/23719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006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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