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나딘 브룅코슴 글의 프랑스 그림책 『큰 늑대 작은 늑대』를 소개한다. 원제는 『Grand Loup et Petit Loup』이다. 올리비에 탈레크는 『무릎 딱지』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큰 늑대 작은 늑대』는 관계 맺기를 주제로한 그림책이다.
『큰 늑대 작은 늑대』는 일반 그림책보다는 조금 큰 사이즈의 그림책이다. 핑크색 배경이 예쁜 표지다. 표지에서는 큰 늑대가 무심한 척 작은 늑대에게 열매를 건내고 있다. 올리비에 탈레크의 늑대는 내가 생각하는 늑대와는 많이 다르게 생겼다. 이 두 늑대는 어떤 사이일까?
오래전부터 언덕 위 나무 아래 혼자서 지내고 있던 늑대에게 어느 날 작은 늑대가 찾아온다. 언덕 멀리서부터 작은 늑대가 보이는데 큰 늑대는 작은 늑대가 자기보다 클까 봐 겁이 난다. 작은 늑대가 가까이 와서 얼마나 작은지를 확인하고 큰 늑대는 마음이 놓였다.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사람이 나보다 힘이 셀까 봐, 나보다 똑똑할까 봐, 나보다 잘났을까 봐 긴장한 적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도 모르게 큰 늑대처럼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른다.
일단 나보다 작은 걸 확인한 후로는 큰 늑대는 작은 늑대가 옆에 있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관심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큰 늑대가 눕자, 작은 늑대도 누웠습니다.
큰 늑대는 작은 늑대의 코끝이 바르르 떠리는 것을 보고,
나뭇잎 이불 끝을 조금 밀어 주었습니다.
‘작은 늑대니까 이 정도면 됐어.’ 라고 생각했습니다.
큰 늑대는 밤이 되어도 떠나지 않는 작은 늑대가 조금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은 늑대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추워 보이는 작은 늑대에게 나뭇잎 이불 끝을 조금 밀어준다. 큰 늑대는 츤데레인가?
큰 늑대는 늘 하던대로 나무의 열매를 땄다. 하지만 다른 날보다는 조금 더 많이 땄다. 작은 늑대에게 주기 위해서이다. 은근 작은 늑대를 신경쓰고 있었던 것이다. 큰 늑대는 무심한 척 열매 몇 개를 접시에 담아 작은 늑대 쪽으로 민다. 큰 늑대는 츤데레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큰 늑대가 산책을 다녀온 사이에 작은 늑대는 가버리고 없었다. 늘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것을 하는데도 이전과는 모든게 달라졌다.
처음으로 어떤 작은 것이
마음속에 자리를 잡은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아주 작은데도
크나큰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어느새 큰 늑대의 마음에 작은 늑대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림책은 봄으로 시작해서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찾아 온다. 큰 늑대가 작은 늑대와의 관계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계절의 변화로 표현했다. 내용도 좋지만 계절에 따라 변하는 벌판의 풍경도 너무나 예쁜 그림책이다.
그림책의 마지막에 작은 늑대가 다시 나타난다. 그림책의 이야기 내내 작은 늑대는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한마디 한다.
“나도 쓸쓸해.”
이제 큰 늑대와 작은 늑대는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 것이다.
큰 늑대와 작은 늑대가 나무 아래서 처음 만나 서로 살짝 곁눈질만 하던 어색한 순간부터 마지막에 작은 늑대가 큰 늑대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고 앉아있는 순간까지 둘의 관계의 변화를 잘 표현한 그림책이다.
아이와 책을 함께 읽는다면 ‘이 때 큰 늑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작은 늑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라고 장면 장면에서 큰 늑대와 작은 늑대의 감정을 아이와 함께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큰 늑대 작은 늑대』에서 관계를 맺은 큰 늑대와 작은 늑대의 그 후 이야기 『큰 늑대 작은 늑대의 별이 된 나뭇잎』또한 추천한다.
작가 소개
<올리비에 탈레크 (Olivier Tallec)>
1970년 프랑스 브레타뉴에서 태어났다. 뒤페레응용예술학교에서 공무한 뒤 광고 회사에서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했고, 지금은 신문, 잡지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프랑스의 내로라하는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한 유명 작가로,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큰 늑대 작은 늑대의 별이 된 나뭇잎》, 《난 유행에 뒤졌어!》, 《움직이지 마, 선물아》, 《미안 미안, 림보야》 ,《엄마들의 낮잠》, 《우리 엄마 곰은 떠났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나운 늑대들》이 있다.
<나딘 브룅코슴 (Nadine Brun-Cosme)>
1960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일한 뒤,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셨다. 그동안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책을 십여 권 펴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큰 늑대 작은 늑대의 별이 된 나뭇잎》, 《움직이지 마, 선물아》가 소개되었다.
그림책 정보
글 :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 나딘 브룅코슴
역 : 이주희
출판사 : 시공주니어
발행 : 2008년
ISBN : 978895278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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