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아 바버 글, 니콜라 배일리 그림의 『고양이 폭풍』을 소개한다. 원제는 『The Mousehole Cat』이다. 안토니아 바버는 실제로 영국 켄트 지방과 이 그림책의 배경인 콘월의 쥐구멍 마을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다. 니콜라 배일리는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하다. 고양이 그림책!! 안 볼 수가 없다.
『고양이 폭풍』은 조금 작은 사이즈의 정사각형 그림책이다. 삽화가 있는 짧은 소설 같은 느낌으로 글밥이 조금 많다. 그림책의 표지는 턱시도 고양이가 할아버지의 품에 안겨있다.
배경은 작은 항구가 있는 쥐구멍 마을이다. 배가 드나드는 곳이 너무 좁아서 쥐구멍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그림책에서는 고양이들이 집주인이다. 주인공 턱시도 고양이 마우저는 항구가 내려다 보이고 창문이 있는 오래된 오두막, 패치 워크 쿠션이 있는 오래된 흔들 의자, 톰이라는 늙은 어부를 ‘가지고’ 있다. 인간도 고양이에게는 집과 의자와 같은 소유물인 것이다. 나도 고양이 집사지만 작가가 고양이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마우저는 자기 자식들이 데리고 있는 인간들은 별로 마음에 안들지만 자기 집에 있는 인간은 꽤 마음에 든다. 톰 할아버지는 말도 잘 듣고, 무엇보다도 자기를 위해서 생선을 잡아다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다른 요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마우저는 아주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쥐구멍 마을에는 몇 년 안에 한 번씩 들이닥치는 고양이 폭풍이 찾아온다. 고양이 폭풍은 말 그대로 고양이처럼 생겼다.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을 닮은 파도가 언제라도 배를 해치려고 쥐구멍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배들은 꼼짝없이 쥐구멍 속에 숨어있는 꼴이었다. 어부들이 생선을 잡으러 갈 수 없자 쥐구멍 마을 사람들은 점점 먹을 것이 없어진다. 마우저는 매일 매일 다른 요리를 먹기는 커녕 배를 굶어야 하는 상황이다.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의 뒷모습은 고양이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이 그린 것이 분명하다. 고양이의 귀, 수염, 몸의 곡선이 꼭 우리 집 고양이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다.
톰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기로 결심한다. 돌봐야할 가족이 없는 톰 할아버지와 마우저는 같은 처지이다. 의지할 곳은 서로밖에 없다. 마우저도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기로 결심한다. 톰 할아버지를 올려다보며 눈빛으로 교감하고 있는 마우저의 표정이 너무 사랑스럽다. 쫑긋 귀, 꼭 다문 입, 눈 위로 솟아있는 수염… 고양이를 너무 잘 묘사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그림책이지만 마우저의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톰 할아버지와 마우저는 고양이 폭풍을 만난다. 고양이 폭풍도 사실은 외로운 존재이다. 고양이 폭풍과 어떤 일이 있었을까?
톰 할아버지와 마우저는 무사히 돌아온다. 그림에서 고양이 폭풍이 따라오고 있다. 하지만 더이상 무섭게 날뛰는 모습이 아니다. 파도가 멈춘 잔잔한 바다, 마치 고양이 폭풍이 배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듯하다. 마을 사람들도 불을 밝히고 할아버지와 마우저를 반겨준다.
그 후로 쥐구멍 마을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물고기 잔치를 열어 마을을 위해서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준 톰 할아버지를 기억한다고 한다. 톰 할아버지와 고양이 마우저의 이야기는 실제로 존재하는 곳 콘월의 쥐구멍 마을의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서 더 매력적이다.
『고양이 폭풍』 그림책은 그림들이 정말 포근한 느낌이다. 나처럼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고양이 마우저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언젠가 턱시도 고양이와 살게 될다면 이름을 마우저라고 붙이고 싶다.
작가 소개
안토니아 바버 (Antonia Barber)
대표작 『유령 The Ghosts』은 카네기 메달에서 입선을 한 후에 「놀라운 브런던 아저씨」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다. 그녀의 소설 『다듬어 지지 않은 반지』역시 카네기 메달 후보작이었다. 바버가 쓴 그림책으로는 『마법사의 딸』, 『책가방 생쥐와 공룡』등이 있다. 지금은 세 명의 입양한 자녀들과 함께 영국 켄트 지방과 콘월의 쥐구멍 마을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다.
니콜라 배일리 (Nicola Bayley)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성 마틴 국립 예술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그녀는 가장 재능있고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대표작인 『누비 고양이』, 『흉내쟁이 고양이』 시리즈 등 고양이를 그린 그림으로 유명하다. 배일리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으로는 『메리-고-라임즈』, 『잠잘 시간의 달빛』등이 있다. 지금은 남편, 아들과 얼룩 고양이 벨라와 함께 런던에서 살고 있다. (yes24.com)
그림책 정보
글 : 안토니아 바버
그림 : 니콜라 배일리
역 : 김기택
출판사 : 비룡소
발행 : 2003년
ISBN : 978894911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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