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날리고 계신 백희나 작가님(왠지 ‘님’자를 붙이게 되는…)의 『달 샤베트』를 소개한다. 백희나 작가님에 대해 알게되기 전에도 작가님 책 표지를 여러 번 본 적 있다. 내 기억으로는 처음 본 책이 『장수탕 선녀님』이다. 표지만 보고 나의 취향이 아니라서 그냥 지나쳤고, 백희나 작가님의 책은 그동안 고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림책 큐레이터 양성 과정을 들으면서 백희나 작가님의 작품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인간 ‘백희나’를 접하게 되면서 백희나 작가님이 인간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어쩜 그렇게 미인이실 수가 있지??
백희나 작가님의 그림책을 본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이 다른 작가들과는 조금 다른다. 교육공학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작가는 물감과 종이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그림책을 만든다. 직접 주인공 캐릭터 인형을 만들고 종이나 판자를 이용해 주인공의 집, 배경을 만들고, 실제로 빛을 이용해 입체감을 더한다. 그 것을 사진으로 찍으면 그림책 속 한 장면이 탄생하는 것이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표현하면 더 재밌게 들려줄 수 있을까, 텍스트와 그림을 갖고 보다 재미있는 방법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끝에 (나온 표현법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2020년에는 어린이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이 찬사를 보내며 언급한 작품은 ‘구름빵’과 ‘달샤베트’이다.
하지만 백희나 작가의 길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첫번째 작품이던 『구름빵』의 저작권 문제로 작가는 7년 간 창작 활동을 못할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다. 계약할 때 신인이었던 작가는 저작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고, 그 것이 작가의 발목을 오랫동안 잡았다. 그 후 겨우 독립 출판을 내놓은 『달 샤베트』도 달샤벳이라는 걸그룹 이름으로 쓰이면서 또 한 번 작가를 힘들게 한다. 누군지도 몰라서 찾아보니 2018년에 활동을 그만 둔 걸그룹이었다. 다행이다. 관련 기사를 읽다보니 백희나 작가님을 더욱 더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작가님 힘내세요!!
(백희나 작가님 인터뷰 내용 출처: 동아일보)
다시 『달 샤베트』의 책 소개로 돌아가보자.
책 앞 표지에는 아파트 각 층의 집이 들여다보인다. 이 집을 실제로 박스나 종이로 만드셨다니… 디테일이 정말 놀랍다.
한 여름 더운날 밤. 모두들 창문을 꼭꼭 닫고 실내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쾌적하게 지내고 있다.
그런데 반장 할머니가 창밖을 내다보니, 달이 똑똑 녹아내리고 있었다. 큰 고무 대야로 달 방울들을 받은 반장 할머니는 노오란 달 물로 달 샤베트를 만들기로 한다.
커다란 대야에 담긴 노란 달 물에서 달빛이 흘러나온다. 너무 예쁘게 표현된 장면이다.
에어컨은 쌩쌩.
선풍기는 씽씽.
냉장고는 윙윙.
더운 여름 밤 모두가 전기를 너무 많이 쓴 탓에 정전이 되고 만다.
그 때,
반장 할머니 집에서 밝고 노란 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모두모두 빛을 따라 할머니 집으로 향했습니다.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달 샤베트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반장 할머니가 만들어 준 시원하고 달콤한 달 샤베트를 하나씩 받아서 먹는 아래의 장면은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모두 문을 걸어 잠그고 각자의 집에서 지내다가 정전을 계기로 밖으로 나와서 이웃과 소통하고 맛있는 달 샤베트를 함께 먹으면서 즐거워한다.
‘똑똑똑’
반장 할머니의 집에 옥토끼들이 찾아온다.
이 옥토끼들은 도대체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일까? 궁금하면 그림책으로 꼭 만나보길 바란다.
그림책의 제목만으로는 환경에 관한 책이라는 것을 전혀 못 느꼈는데, 『달 샤베트』는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이제 곧 더운 여름이다. 모두들 미친듯이 에어컨을 틀고 실내에서 생활하겠지? 전기를 너무 많이 써서 달이 녹을 일은 없겠지만, 우리가 생각없이 전기를 펑펑 씀으로써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 아이와 대화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현재 일본에서 살고 있는데 요즘 동네 서점에서도 백희나 작가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여름이라 그런지 백희나 작가의 『달 샤베트』는 그림책의 제작 과정등의 자세한 소개글과 함께 추천 도서로 선정되어 있어서 괜히 뿌듯했다. ^^
일본의 번역본은 칸사이 지방 사투리로 번역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글 책 느낌이랑은 또 많이 다를 것 같아서 읽어보고 싶다.
끝으로 나를 백희나 작가님의 매력에 빠지게 한 영상 두 개를 소개하면서 마친다.
작가 소개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육공학을, 캘리포니아 예술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그림책을 만들어 갑니다. 2005년 『구름빵』으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2012년과 2013년에는 『장수탕 선녀님』으로 한국출판문화상과 창원아동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했습니다. 2018년에는 『알사탕』이 국제아동청도년도서협의회 어너리스트((IBBY Honour List)에 선정되었고, 일본판 『알사탕 あめだま』으로 ‘제11회 MOE 그림책서점대상’을 수상했습니다. MOE 그림책서점대상은 일본 각지의 서점에서 그림책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 3천여 명이 직접 읽고 투표하여 뽑은 ‘가장 팔고 싶은 그림책’에 주는 상입니다. 이어 2019년에는 일본전국학교도서관협회와 마이니치 신문사가 주관하는 ‘제24회 일본그림책대상’ 번역 그림책 부문과 독자상 부문을 동시에 수상했습니다. 이 중 독자상은 어린이와 교사, 사서 교사, 그림책 관계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만큼 더욱 의미가 깊다 하겠습니다.
2020년에는 어린이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에 널리 이름을 알렸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랜상 선정 위원회는 “백희나는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재탄생시키고 있다. 백희나의 매혹적인 그림책 세계는 우리를 사로잡고 놀라게 하고 즐겁게 하며 감동시킨다.”고 평했습니다. 백희나 작가의 작품은 한국 외에도 일본, 중국, 대만,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지에 소개되어 해외 팬을 늘려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쓰고 그린 작품으로 『나는 개다』, 『이상한 손님』, 『알사탕』, 『이상한 엄마』, 『꿈에서 맛본 똥파리』, 『장수탕 선녀님』,『삐약이 엄마』, 어제저녁』, 『달 샤베트』, 『분홍줄』, 『북풍을 찾아간 소년』, 『구름빵』 등이 있습니다. (출처: yes24.com)
작가 홈페이지
그림책 정보
글그림 : 백희나
출판사 : Storybowl(스토리보울)
발행 : 2010년
ISBN : 9788996478201
yes24 : http://www.yes24.com/Product/Goods/4083745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507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