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1993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

앤서니 브라운의 『Zoo』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한글 번역본 제목은 『동물원』이다. 1984년에 출판된 이 책은 1993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했다.

앤서니 브라운 저『Zoo』책 표지

앤서니 브라운의 『Zoo』는 아빠 엄마 그리고 두 아들이 동물원에 가는 내용이다. 책 표지는 얼룩말을 생각나게 하는 흰색 검정색 줄무늬가 굉장히 강렬하다. 동물원에 가는 가족의 아빠도 줄무늬 옷을 입었다. 하지만 알록달록 화려한 줄무늬는 늘 아무도 웃지 않는 쓸데 없는 농담을 하는 아빠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 있는 느낌도 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에는 언제나 숨은 그림들이 많다. 『Zoo』역시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곳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분명 사람들이 동물원에 구경을 온 건데 자세히 보면 꼬리를 달고 있는 사람, 개 얼굴인 사람, 고양이 귀가 달린 사람 등 동물의 모습을 한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한쪽 구석에 얼굴을 박고 꼼짝 안하는 오랑우탄을 깨우기 위해 아빠와 두 아들은 유리창을 두드리거나 소리를 지리고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시선이 동물들이 마치 창살 너머에 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듯한 장면들이 있다. 위의 장면도 유리창 반대편에서 오랑우탄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씩 이상하다. 누가 누굴 보러 온건지…

표지에서 앞쪽으로 나와 있는 아빠와 두 아들과는 달리, 살짝 뒷쪽에 서 있는 듯한 엄마는 표정이 밝지 않다. 심지어 아빠와 아들들의 옷은 밝은 원색인데 엄마의 옷은 엄마의 표정만큼 어둡고 우중충하다. 책에서 이 네명의 가족이 동물원에 동물들을 구경하는 내내 엄마의 표정은 좋지 않다. 아마도 엄마는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구경하는게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 같다. 엄마는 이런 말을 한다.

“동물원은 동물들을 위한 곳이 아닌 것 같아. 사람을 위한 곳 같아.”

나에게도 어린 아들이 있어서 동물원에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동물원에 갈 때마다 마음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 내 아이와 함께 간 동물원은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갔던 동물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본 동물원에 있는 사자,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은 우리가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알고 있는 무섭고 사나운 동물들이 아니었다. 덩치에 비해서 한없이 작은 우리에서 생활하다보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활력을 잃은 채 한 쪽 구석에서 계속 잠만 자는 사자나 호랑이를 보면, 우리 집에서 햇살을 만끽하며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 우리 고양이들의 신세가 더 좋아보인다.

동물원에 있는 북극곰

엔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하나 같이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다. 표정을 알 수 없도록 아예 눈을 가리고 있거나 뒤돌아 있는 동물들도 있다. 그리고 동물들은 그리 깨끗하지 않으며, 거의 아무것도 없고 황폐해서 쓸쓸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우리에서 덩그러니 혼자 생활을 하고 있다. 한 눈에도 동물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림책의 주인공 아이(형)는 그 날 밤 이상한 꿈을 꾼다. 어떤 꿈을 꾸었을까?

나이 탓인지는 몰라도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두 형제처럼 동물원이 그저 좋은 우리 아이와는 달리 동물들을 가둬두고 돈을 내고 동물들을 구경하는 동물원이란 장소가 이제는 그리 편안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보호를 한다는 좋은 목적에서든 돈을 벌겠다는 나쁜 목적에서든 동물들의 자유로울 권리를 우리 인간들이 뺏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앤서니 브라운의 『Zoo』를 읽으며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자연에서 살든, 길에서 살든, 동물원에서 살든, 이 세상 동물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작가 소개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표현 속에 담은 깊은 주제 의식과 세밀하면서도 이색적인 그림으로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이다. 1976년 『거울 속으로』를 발표하면서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고릴라』와 『동물원』으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두 번 수상하고, 2000년에는 전 세계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으며 그의 작품성을 세계에 알리게 되었다. 2009년에는 영국도서관협회와 북트러스트에서 주관하는 영국 계간 아동문학가로 선정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돼지책』,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형』, 『나의 프리다』, 『넌 나의 우주야』,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 등이 있다. 『기분을 말해 봐!』는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출처 yes24.com)


그림책 정보

글그림 : 앤서니 브라운
역 : 장미란
출판사 : 논장
발행 : 2002년
ISBN : 9788984140493
yes24 : http://www.yes24.com/Product/Goods/292135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8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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